“100억 軍기부… 안보관심 높아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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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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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안보성금 기탁 89세 김용철 씨

공직자 → 공장주로 자수성가
1만원 이상 식사 안해봐

천안함, 국가적 위기상황
군사력 발전 연구에 쓰이길

평생 모은 재산 100억 원을 국가안보를 위해 써달라며 국방부에 기부한 김용철 씨(왼쪽)가 25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에게서 감사패를 받고 있다. 국방부는 김 씨의 기부금으로 국방과학연구소에 친환경 신물질 연구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김재명 기자
평생 모은 재산 100억 원을 국가안보를 위해 써달라며 국방부에 기부한 김용철 씨(왼쪽)가 25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에게서 감사패를 받고 있다. 국방부는 김 씨의 기부금으로 국방과학연구소에 친환경 신물질 연구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김재명 기자
“저는 큰 상을 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동3가 국방부장관실. 김용철 씨(89)는 이날 평생 모은 100억 원에 가까운 전 재산을 국가 안보를 위해 기부하고 김태영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헌납할 것은 국가에 내놓아야죠. 별것도 아닌데, 큰 상을 주셨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전 재산을 털어 안보성금을 낸 사례는 드물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김 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쪽에는 13억 인구(의 중국이라는 나라)가 버티고 있고 동쪽에는 일본, 북쪽에는 러시아가 있어 안보에 취약하다”며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국방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평소 “앞으로 국가가 없는 핍박은 절대로 받아서는 안 된다. 인생은 유한하나, 국가는 무한하다”고 말해왔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김 씨는 1950년대부터 20여 년간 대한수리조합(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근무한 뒤 광주에서 중소섬유공장을 운영했다. 이후 도심에 있던 공장 터 700∼800평을 정리하면서 보상금을 받아 현재의 재산을 일궜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양복 한 벌과 다 닳은 와이셔츠, 구두 한 켤레로 생활하는 등 검소한 생활을 해왔다. 1만 원 이상의 식사는 해본 적이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김 씨는 20년 이상 불우이웃돕기에 헌신해 왔다. 평소 자신의 재산을 털어 학교나 장학재단 등 사회에 내놓으려는 생각을 해왔고 지난해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김 씨는 국가 안보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최근 개발한 굴절 화기의 명칭을 알고 있을 정도로 국방기술 분야에도 지식이 많았다. 그는 최근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국방의 중요성을 새삼 되새겼다고 한다.

국방부는 김 씨의 기부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모범적인 선행 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사용처를 중점적으로 검토한 결과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친환경 신물질 연구센터를 짓는 데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센터는 고에너지 물질, 저탄소 연료전지 등 첨단 신물질을 연구해 초정밀 미사일 등 첨단 신무기에 적용하는 전용 연구시설이다.

김 씨는 전 재산을 털어 기부하면서도 “기부금이 충분치 않으므로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 국방부의 지원을 희망한다. 연말까지 기부금 집행 및 연구센터 건설이 완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우리가 동포애를 가지고 지원을 했는데도 선전포고도 없이 침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침몰 사건 등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나의 작은 기부가 국민들의 국방에 대한 관심과 국가 안보 의식을 높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내를 여읜 뒤 현재 경기 용인시의 한 양로원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자들이 자식들의 동의 여부에 대해 질문하자 “묻지 말아 달라”고 답했다. 앞으로 생활비 등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어떻게든 살겠죠”라고 짧게 말했다.

그는 주위에서 부축하지 않으면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태인데도 이날 국방부 청사를 직접 방문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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