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 누군가는 수백 번 수천 번 했을 말.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20여 년 동안 한 번도 하지 못한 말이기도 하다.
‘자폐성 지적 장애.’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자폐는 많은 이의 삶을 옭아맨다. 청년 황웅구 씨(23)도 그랬다. 3세 때 자폐 판정을 받았다. 그 후 세상과 담을 쌓기 시작했다. 좋아도 좋다고, 싫어도 싫다고 말하지 못했다.
황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자전거에 더 강한 애착을 보였다. 혼자 지도를 들고 하루에 100∼150km씩 페달을 밟았다. 경기 용인 집에서 여주 이천 일대 150km 거리를 둘러오기도 했다. 아버지 황금주 씨(58)는 마음이 놓이질 않아 몰래 뒤를 따라가 보기도 했다. 종종 넘어지곤 했지만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전거를 탈 때 가장 자유로이 숨 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황 씨는 4년 넘게 하루에 100km 이상 자전거를 탔다. 그리고 5일부터 15일까지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 등 4대 강을 탐방하는 ‘대한민국 그린물길 캠프’에 참가했다. 10박 11일 동안 대학생 99명과 함께 765km를 달렸다. 그에게 하루 70∼80km 거리는 크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특별하게 보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불편했다. 누군가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이었다. 휴식 시간에도 혼자 우두커니 서 있곤 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그는 달라졌다. 많은 사람들은 뙤약볕 밑에서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도 피곤해 보이지 않는 그를 신기해했다. 황 씨도 그를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 아닌 놀라운 체력을 가진 친구로 생각하는 동료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힘들어하는 친구의 어깨를 주물러주거나 고장 난 자전거를 함께 고쳤다. 활력을 돋우는 분위기 메이커도 그의 몫이었다. 황 씨는 결국 무사히 완주를 했다. 우수 대원 표창까지 받았다. 그리고 소중한 친구들까지 생겼다.
캠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황 씨는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건 처음”이라며 기뻐했다. 세상과 담을 쌓았던 아들이 자전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게 된 것이다.
황 씨는 앞으로 전문적인 자전거 훈련을 받을 계획이다. 마라톤의 배형진, 수영의 김진호 씨처럼 많은 이에게 희망을 주는 청년. 앞으로 그가 꿈꾸는 길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