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파일럿의 위상 세계에 알리겠다”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에미레이트항공 첫 한국인 기장 박상묵씨

“첫 한국인 기장으로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치프(Chief·수석) 파일럿에도 도전해서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겠습니다.”

1일 오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자택에서 전화를 받은 박상묵 에미레이트항공 기장(40·사진)은 들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박 기장은 국내 항공사 부기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해외 유명 항공사 기장에 최근 올랐다. 에미레이트항공 기장 1000여 명 가운데 상당수는 영국이나 호주 출신이며 한국인 기장은 그가 유일하다. 한 국내 항공사 기장은 “에미레이트항공은 경영진부터 조종사까지 영국인들이 주류여서 동양인이 기장까지 승진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기장은 아시아나항공에서 부기장으로 6년간 일하다 2005년 9월 에미레이트항공으로 옮겨 3년 6개월 만에 기장이 됐다. 선진 항공 시스템을 몸소 배우고 싶다는 열정이 그를 중동의 사막으로 이끌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항공기 132대로 61개국 101개 도시를 운항하는 글로벌 항공사로 직원이 4만여 명에 이른다.

영국 브리티시항공에서 도입한 에미레이트항공의 기장 승진 시스템은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필기시험과 적성검사, 위기상황 인터뷰, 시뮬레이터 및 실제 운항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6개월에 걸쳐 다양한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안전운항을 위해 조종사의 가정불화 여부까지 세밀하게 살펴보는 심리테스트에도 합격해야 기장 마크를 달 수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승무원은 500여 명. 요즘 박 기장은 매번 다른 노선에 들어갈 때마다 “한국인 기장을 두게 돼 마음이 든든하다”는 한국인 승무원들의 축하 인사를 받는다. 박 기장은 “여러분의 기대를 받아 책임이 느껴진다”며 “기장 직을 충실히 수행하고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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