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농사, 밤엔 컴퓨터 앞으로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양평군 늦깎이 농민 대학생 50명, 사이버대 ‘열공’

“품질관리-마케팅 배워 농사 제대로 한번 지어볼것”

“남들은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고 주책이라 할지 모르지만, 요새는 농사도 배워야 잘하니까요.”

다음 달 ‘09학번 새내기’가 되는 박종렬 씨(60·경기 양평군)는 진학 동기를 묻자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면 농사도 잘 지을 수 있지 않겠느냐. 나이가 많긴 하지만 ‘인생은 60세부터’라고 하지 않느냐”고 웃으며 답했다.

집안 환경 탓에 고교도 졸업하지 못했던 박 씨는 올해 뒤늦게 고교를 졸업하고 경희사이버대 외식농수산경영학과(구 벤처농업경영학과) 입학을 앞두고 있다.

박 씨는 “사이버대에 등록한 마을 후배가 많아 나도 도전했다”며 “농사일을 더 체계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양평군에는 박 씨 같은 ‘늦깎이 대학생’이 50여 명에 이른다. 2005년 양평군과 경희사이버대의 협약으로 등록금의 50%는 양평군이, 30%는 학교가 부담해 준다.

인터넷 수업이기 때문에 ‘농민 학생’들은 농사일이 끝나는 저녁이 되면 컴퓨터 앞에 앉아 강의를 듣는다.

부부가 함께 재학 중인 김광기 씨(48)는 “말 그대로 주경야독이 쉽지 않다”며 “농사를 열심히 지어서 내다 파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과학 영농’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새싹 땅콩 농사를 하는 김 씨의 꿈은 농업벤처 설립. 김 씨는 “품질관리, 농산물 마케팅, 벤처 경영 등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실제 농사에 접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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