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고교생 이정우 군 토익 만점

  • 입력 2008년 4월 22일 02시 52분


“美친구들과 매일 통화한 게 비결”

“미국인 친구와 매일매일 통화한 게 이렇게 효과가 클 줄은 몰랐어요.”

뇌성마비 2급 장애인인 고교생이 토익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대전 유성고 3학년인 이정우(18·사진) 군. 지난달 23일 치른 토익시험에서 만점(990점)을 기록했다.

영어로 된 소설책을 즐겨 읽는 이 군은 1년간 외국생활을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대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근무 중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1년 동안 지낸 게 전부다.

이 군은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의 전화 연락처를 받은 뒤 한국에 돌아와 매일 2, 3명과 5∼10분씩 전화로 얘기했다.

“몸이 불편한 나를 도와준 미국 친구들이 그립고 고마워 자주 통화했습니다.”

학급 석차는 5등 안팎.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영어시험만은 만점을 맞거나 한 문제 정도 틀리는 수준이다.

담임 윤석구 교사는 “몸이 불편한데도 수업 시간에 맨 앞자리에 앉아 교사의 설명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정리한다. 다른 친구들처럼 오후 10시까지 야간자습을 하지 못하는 점을 가장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이 군은 2층 교실까지 친구들의 부축을 받아 오르내린다. 몸이 힘들어도 농담을 자주 주고받고 영어를 가르쳐줄 만큼 밝은 성격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

이 군은 “토익에서는 좋은 성적을 얻었지만 텝스(TEPS)에서는 만족할 만한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텝스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매사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천하려는 자세를 보여 친구와 후배들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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