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야, 이젠 활짝 웃어보렴”…간이식 수술 성공

  • 입력 2006년 1월 2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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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감사합니다.”

23일 오전 9시 반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 2층 수술실 앞. 옥윤정(33·여) 씨는 “기증자가 벌써 와 준비하고 계십니다”라는 의사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털썩 자리에 주저앉으며 이렇게 말했다.

옥 씨는 생후 두 달 만에 간경화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조수아(생후 8개월) 양의 어머니. 그는 마침내 기증자가 나타났지만 ‘정말 기증을 할까’라는 생각에 조바심을 냈다. 이날 8시간에 걸친 간 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조 양의 황달 수치는 수술 7시간 만에 크게 떨어졌다. 조 양은 이제 ‘시한부 인생’에서 벗어난 것이다.

지난해 12월 14일자 본보를 통해 조 양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여행사에 근무하는 A(40) 씨는 본보에 전화를 걸어 왔다. 그는 본보 기자의 안내로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전화를 걸어 기증 의사를 밝혔다.

많은 이들이 본보 기사를 보고 전화로 간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막상 조직검사를 앞두고 포기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A 씨는 달랐다. 그는 여행사에 근무하기 때문에 해외 출장이 잦았지만 틈나는 대로 서울대병원을 찾아 수차례 조직검사를 받았다.

A 씨는 “수아 양의 사연을 보고 내가 사랑하는 두 딸의 얼굴이 아른거려 기증을 결심했다”며 “더 나이가 들면 기증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수아가 건강하게 자라 남들에게 사랑을 주며 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에 태어난 수아 양이 6월부터 모유황달, 담도폐쇄증, 간경화 등 증상이 날로 악화되는 것을 보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던 옥 씨는 “그저 꿈만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수아 양 가족과 A 씨는 서로 만나지 못했다. 기증자와 피기증자는 서로를 알 수 없게 해야 한다는 장기이식에 관한 법률 규정 때문이다.

옥 씨는 한시가 급해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비 5000만 원을 마련할 일이 걱정이다. 현재까지 모인 성금은 약 2000만 원.

그는 “수아가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빚을 내서라도 수술비를 만들어 나갈 거예요”라고 말했다.

옥 씨는 24일 동아일보 독자와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후원 계좌: 조흥 359-01-075704(예금주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새 생명의 기적을 저희에게 주셨어요”▼

동아일보 독자 여러분께

…최악의 순간에 벼랑 끝에 서 본 느낌. 과연 어느 누가 그 느낌을 알 수 있을까요? 어느 날 수아의 울음소리에 정신을 차렸고 난 엄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살려야 한다고 수없이 외치며 현실을 봤을 때 너무나도 막막했습니다.

…중략…

그러하나 너무나 나약한 저를 이렇게 지금에 오게 해 주신 여러분. 우리 수아를 사랑해 주시고 걱정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미약하나마 여러분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사의 글을 띄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천년 동안 계속 머리를 조아려서 이 많은 감사를 제가 표현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우리 수아가 방긋이 웃으며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저 열심히 힘내겠습니다.

수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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