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만성환자 50여명 ‘루산악회’ 희망의 등산

  • 입력 2005년 9월 1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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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환자들의 산악회 모임인 ‘루산악회’ 회원 50여 명이 10일 사패산 정상을 오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의정부=이진한  기자·의사
백혈병 환자들의 산악회 모임인 ‘루산악회’ 회원 50여 명이 10일 사패산 정상을 오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의정부=이진한 기자·의사

“백혈병이란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 병명을 숨기거나 주위 사람을 피합니다. 하지만 서로가 마음을 열고 가족처럼 지낸다면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루산악회 회장 최종섭)

국내 처음으로 백혈병 환자들의 산악회 모임인 ‘루산악회’가 만들어졌다. 루산악회는 백혈병의 영어 명칭인 ‘루키미어(leukemia)’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루산악회는 토요일인 10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신흥대 정문 앞에서 출발해 사패산 정상까지 오르는 3시간 코스의 등산모임을 가졌다. 5월 충북 괴산군 조령산 1박 2일 등반 이후 두 번째.

이날 서울 경기 지역에서 살고 있는 50여 명의 만성백혈병 환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언뜻 보기엔 정상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현재 백혈병 치료를 받고 있다. 유달리 피부가 하얀 사람들도 많았다. 백혈병 치료제가 피부를 약하게 또 하얗게 만들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 빠져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백혈병 전 단계인 골수이형성증후군인 김정희(44·여·의정부시 용현동) 씨는 얼마 전 수혈을 받은 뒤 아픈 몸을 이끌고 등산에 참석했다. 김 씨는 1999년 진단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한 달에 한 번 수혈을 받으면서 투병하고 있다. 비록 정상까지 오르진 못했지만 강철 같은 투병 의지에 백혈병 환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최 회장은 “이렇게 모이면 정보도 교환하고 동병상련을 느낄 수 있어 좋다”며 “1년에 6, 7번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백혈병 환자들이 모여 등반하는 모임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산행은 얼굴이 땀으로 뒤범벅된 힘든 코스였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정상에 올랐다. 루산악회 참가 문의 031-820-3883, 3885

의정부=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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