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민병갈 천리포수목원장 별세

  • 입력 2002년 4월 8일 18시 16분


국내 산림자원 보호와 육성에 평생을 바쳐온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 민병갈(閔丙葛·미국명 칼 페리스 밀러) 원장이 지병인 폐암으로 8일 타계했다. 향년 81세.

민 원장은 1945년 미국 해군장교(중위)로 한국에 와 6·25전쟁 전에는 미 군정청 사법부와 원조협조처 유엔군사원조국, 휴전 후에는 한국은행 등에서 근무했으며 1979년 귀화했다.

그는 언젠가는 식물자원의 보유량이 국부(國富)의 척도가 될 것이라며 1962년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태안군 소원면 의향리 60만㎡ 부지에 천리포수목원을 조성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식물(7200여종)이 자라는 식물자원의 보고(寶庫)로 만들었다. 그는 세계 36개 국가에서 3800여종의 식물 종자를 들여와 국립수목원 등 기관과 개인에 보급하고 호랑가시나무 등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 국제학회에 등록했으며 우리의 식물자원을 외국에 널리 알린 공로로 지난달 산림청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월 폐암 선고를 받고도 적자인 수목원의 운영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전과 다름없이 서울의 증권사에서 근무하고 주말에 수목원을 찾아 나무를 돌보는 일을 계속해 왔다.

왜 결혼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항상 “나무와 결혼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온 민 원장은 자신이 일궈놓은 천리포수목원 내 가막살나무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빈소는 태안군 보건의료원이며 발인은 12일 오전 9시. 041-674-0444

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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