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화백, 작품 93점-저작권 서울시에 기증

  • 입력 1998년 11월 24일 19시 24분


‘평생을 바친 노화가의 예술혼 선물.’

꽃과 뱀 여체 등을 화려한 색채로 화폭에 담으면서 한국화의 새 지평을 연 천경자(千鏡子·74·여)화백이 그동안 고이 간직해 온 작품 93점과 화구 소장품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천화백은 최근 고건(高建)서울시장을 방문해 대표작 ‘생태(生態)’(51년작) 등 채색화 57점과 드로잉 36점을 비롯해 평소에 아끼던 화구와 소장품을 기증했다고 서울시가 24일 밝혔다.

천화백은 또 “내 그림들이 흩어지지 않고 일반 시민들에게 영원히 남겨지길 바란다”는 뜻과 함께 일체의 저작권을 서울시에 위임했다. 서울시는이에 따라 2000년 서울 시민의 날(10월28일)중구 서소문동 옛 대법원 건물에 개관하는 서울시립미술관에 천화백의 특별전시실을 마련해 작품을 상설 전시키로 했다.

그의 작품들은 2년전 호암미술관이 8점을 10억원에 매입했고 미술시장에서 통상 호(엽서한장 크기)당 5백만∼8백만원으로 거래될 정도의 고가품(高價品). 이번 기증작품은 최소 50억원을 호가하며 1백억원선에 이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20일 저녁 강남구 압구정동 천화백의 자택에서 그림을 인수받은 시립미술관의 정군태팀장은 “천화백이 순간적으로 그림을 얼싸안으면서 ‘이 그림은 안되는데…’라며 울먹일 정도로 그림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뱀을 머리에 두른 여인을 통해 젊은 날의 고뇌를 형상화한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77년작)가 건네질 때는 그림을 어루만지며 북받치는 울음을 참기 힘들어했다고 한다.

작품을 기증한 뒤 미국 뉴욕으로 떠난 천화백은 내년 5월 종로구 신문로2가 경희궁공원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기념전시회 때 귀국할 예정이다. 홍익대 미대 교수를 지낸 천화백은 대한민국 예술원회원으로 83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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