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총리 동아일보 단독회견]『개혁 年內 거의끝낼터』

  • 입력 1998년 8월 25일 19시 44분


김종필(金鍾泌)총리는 국회인준 후 처음으로 동아일보와 단독회견을 한 자리에서 다소 더디더라도 신중한 개혁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총리는 회견 도중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강하게 표시하면서 내각제개헌이 ‘순리’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회견은 24일 오후 총리실에서 했으며 오효진공보실장이 배석했다.

―공동정부 출범 6개월 평가 여론조사를 해본 결과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고 특히 개혁이 더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민이 개혁의 성과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체질화된 것을 구조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밖에서 걱정하는 것보다는 진지하게 개혁을 하고 있으니까 결국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개혁은 여러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에 관련된 사람들의 어려움을 무마하고 조정하고 이해시키려다 보니 더디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새 정부가 출범한지 벌써 6개월이 지났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겁니까.

“6개월은 짧은 것 같기도 하고 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5년안에 다 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성질이 급해요. 물론 빨리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부작용이 있으면 안하는 것보다 못합니다. 서두른다고 잘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혁의 구체적 시간표 같은 것은 없습니까.

“대체로 9월이면 성과가 나타날 겁니다. 여러가지로 9월말까지는 개혁의 상당한 진도를 구축하고 금년안으로 거의 다 될 것입니다.”

―다른 개혁은 외치면서 정작 시급한 정치개혁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통령께서 정치도 본격적으로 고쳐야 할 때가 왔다고 하셨고 정당운영 선거제도 국회운영 등 모든 면에서 손댈 때가 됐습니다.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는 등 정치개혁도 본격적으로 진전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 정치인들처럼 비판과 비난에 면역이 잘 돼있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시민단체가 퇴출시킨다거나 소환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국민생각은 않습니다. 이런 정치인들이 스스로 개혁을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그런 것도 따지고 보면 내각책임제를 함으로써 고쳐나갈 수 있습니다. 바꿔야 할 것은 바꾸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 국회가 중심이 돼 해나갈 수 있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결국 총리께서 생각하시는 정치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내각제로 볼 수 있겠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채택해야 할 제도라고 믿습니다. 그것을 전제로 공동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지금은 어려운 경제를 되살려놓아야 되므로 논의할 때가 아니나 때가 되면 그 문제를 가지고 미래지향적인 정치제도가 어때야 되는지 진지하게 논의해 반드시 추구해야 합니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IMF체제를 극복하는데 최소한 3∼5년이 걸리고 6년이상 걸린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내년에도 경제사정이 지금과 같거나 더 나빠진다면 내각제 논의도 시간을 늦출 수 있는 것입니까.

“몇년이 걸린다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내년이면 환란문제의 기조가 잡힐 것입니다. 그렇게 절망적인 전제를 놓고 그 문제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다려봅시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내각제 논의를 않겠다는 뜻인가요.

“경제 등 나라사정이 좋아져야 하지요.”

―최근 자주 김대중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외부의 시각과는 다소 다른 것 같습니다. 여론조사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다운 소이는 선택입니다. 인간은 이성으로 선택할 수 있고 바로 우리 국민이 작년에 그런 선택을 했어요. 나는 이 나라의 현대사를 지켜봐온 사람입니다. 작년의 선택은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 믿습니다. 6개월 같이 해본 결과 김대통령보다 더 잘할 사람은 없습니다. 적어도 1년 정도는 시간을 주고 참아줄 것을 부탁드립니다.”―대통령에 대한 신뢰, 지지의 바탕에는 내각제약속을 깨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믿음이 있습니다. 둘 사이에는 아무런 티가 없습니다.”

―작년의 후보단일화 합의문에 따르면 공동정부 초기는 대통령제이고 그 중간에 내각제로 바꾼다는 것이므로 현재는 ‘징검다리 정부’나 마찬가지일 수 있겠습니다. 지금 정부는 내각제로 가기 위한 마지막 정부인가요.

“그런 해석은 곤란합니다. 세상일은 승계해서 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이 제도에서 저 제도로 바뀌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3공화국때 경험하신 ‘임명총리’와는 전혀 다른 공동정부의 총리로서 역할이 기대됩니다.

“나도 발전적인 변화를 한 셈입니다. 대통령과 합심해서 바람직한 제도인 내각제로 갈 것이고 우리가 할 일이 그것입니다. 지난 몇년동안 대통령제가 결정적인 결함을 드러냈지 않습니까. 5년동안 결정적인 잘못을 해도 바꿀 수 없고….”

―(내각제개헌) 약속은 했으나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임기동안 힘있는 대통령이기를 원하지 않겠습니까.

“인간적인 감정이야 없을 수 없겠지요. 그러나 (김대통령도) 임기는 거의 채울 것인데요, 뭘….”

―현재의 의석분포로 내각제 개헌이 순조롭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16대총선때 다수당이 집권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자는 것이지요. 내년 상반기 상황을 보면서 해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통령이 혼자 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장관들도 뛰고 총리도 보좌하는데 대통령이 왜 혼자 뛴다고 합니까. 대통령이 회의를 많이 주재하니까 그렇게 비치는 지 모르지만 장관들도 열심히 뛰고 총리는 중간에서 조정하고 있습니다.”

―노사정 합의로 정리해고를 법제화했는데도 현대사태 때 정부가 너무 밀려갔다는 말이 나옵니다.

“현대의 노사관계는 너무 고질화돼 있습니다.(노사 양측이) 극단까지 치닫고는 공권력에 의지하는 식입니다. 노사가 함께 반성해야 합니다. 엄청난 후유증을 남길 격돌을 피하면서 해결하려다 보니 불가피했습니다.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시발점이 됐으면 합니다.”

―앞으로 정리해고가 본격화되면 유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겠습니까.

“(정부가) 일정한 기간을 두고 참아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모두가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출범 6개월이 지났는데도 계속 고통을 감내해 달라는 말만 하느냐는 게 국민의 불만입니다.

“도대체 (경제위기가) 어디서 비롯됐습니까. 정부출범 당시 외환보유고가 38억달러로 파산 직전이었습니다. 국민도 다시 생각해줘야 합니다. 대통령이 밤잠 안자고 나라를 일으키려고 애쓰는데 그걸 못 기다려줘요.”

―고통을 참자고 말만 하면서 정치권이나 지도층이 희생한 게 뭐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경성비리사건에서 보듯이 정치권문제는 감추고 말로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환란 때문에 급한 숨을 돌리다 보니 순서가 그렇게 된겁니다. 정치권 비리도 밝힐 것은 다 밝힐 것입니다. 국민이 조금 더 참았으면 합니다.”

―공동정부의 의사결정이 늦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자민련이 국민회의가 하자고 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없습니다.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습니다.”

m―경제청문회의 증인채택 문제를 둘러싸고 말이 많습니다. 특히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을 증언대에 세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라면 누가 시키기 전에 스스로 경제위기의 원인과 당시 상황 등에 대해 숨김없이 얘기하겠습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정리〓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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