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군 致死경관3명, 경찰산하단체 버젓이 취업

  • 입력 1998년 6월 8일 19시 43분


87년 6월항쟁의 촉발제가 됐던 고 박종철(朴鍾哲)군 고문치사사건에 관련된 경찰관들이 교도소를 나온 뒤 경찰 산하단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이들은 특히 관련규정의 절차를 어기고 임용된 사실도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경찰청은 8일 박군 고문치사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던 조한경(趙漢慶·53)전경위 이정호(李正鎬·41)전경장 강진규(姜鎭圭·41)전경사 등 3명이 경찰 산하단체인 경찰공제회와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94년 4월 가석방된 조전경위는 석방된 지 9개월만인 95년 1월 경찰공제회 일반직 3급으로 특채됐으며 90년 5월과 95년 1월 각각 석방된 이전경장과 강전경사도 석방된 지 한달만에 경찰공제회와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 일반직 4급으로 특채됐다는 것.

이들은 특채 당시 ‘금고이상의 형을 받아 집행종료 또는 형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2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는 임용을 제한한다’는 이들 단체의 인사관리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직 직원 모두를 전직 경찰관들로 특채하고 있는 이들 단체의 일반직원 채용에 관련된 업무는 경찰청 후생계에서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조전경위 등이 이들 산하단체에 특채되는 데에는 당시 경찰 고위간부들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청은 8일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들을 모두 해임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전경위가 특채될 당시 경찰청장은 박일룡(朴一龍)씨였으며 이전경장과 강전경사는 각각 김우현(金又鉉)청장과 이인섭(李寅燮)청장 때 특채된 것으로 밝혀졌다.

조전경위 등의 직속상관이었던 유정방(劉井邦)전경정은 서울 여의도에서 골프연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으며 박원택(朴元澤)전경감은 모화재보험의 강남 영업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