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한국노총 공무원·공공생존권투쟁위원회 관계자 등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법정정년연장 연내처리 및 공무원 소득공백해소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2.4/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로 높이기 위한 복수의 방안을 노사가 참여하는 당내 논의기구에 제안했다고 한다. 종료 시점 등에 차이가 있지만 모든 안이 노동계가 주장하는 법정정년 연장을 단계적으로 수용하되, 65세에 이를 때까지 경영계가 요구하는 ‘퇴직 후 재고용’을 일부 인정하는 방식이다. 노사의 의견을 절충한 방안이지만, 기업 신규채용을 위축시킬 거란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면 청년층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제시한 방안은 2028년 시작해 2036년까지 2년마다 법정정년을 1년씩 연장하는 방안을 비롯해 2029∼2039년 2·3년마다 1년씩 연장, 2029∼2041년 3년마다 1년씩 연장 등 3가지다. 단계적으로 정년이 늘어나는 동안에는 기업들이 재량에 따라 선별적으로 은퇴자 재고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와 관련해 여당은 정년연장 대상자에 한해 노조 동의 없이 임금을 삭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여당은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노총 민노총 청년대표 등이 참여한 당내 정년연장 특별위원회에서 이 방안들을 논의해 조만간 최종안을 확정한 뒤 올해 안에 입법 절차를 개시할 계획이다. 한꺼번에 정년을 높이자는 노동계 요구와 달리 9∼1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정년을 늘리자는 여당 제안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다만 그렇다고 법정정년 연장이 청년층 일자리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정규직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안정·노후보장에 초점이 맞춰진 정년연장 논의는 청년층의 좌절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 올해 2분기 20대 이하 신규 채용 일자리는 작년 동기 대비 8만4000개 감소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다. 정년이 높아져 대기업, 금융회사, 공기업들이 채용문을 좁히면 일자리 사다리의 첫 칸조차 올라서지 못하는 청년은 늘어날 것이다. 이미 구직 의욕을 잃고 ‘그냥 쉬는’ 2030 청년은 70만 명을 넘어섰다.
취업난 속에서 무기력증에 빠진 청년들에게 정년연장 속도전은 자신들의 미래를 흔드는 기득권 세대의 밥그릇 챙기기로 비칠 수 있다. 이들을 납득시킬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등 근본적 해법을 함께 제시하지 않는다면 청년들의 박탈감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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