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 대행 “이제 좌우는 없다”… 국정 빈틈 속히 메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24일 23시 27분


직무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5.3.24
직무정지 87일 만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방문해 전국 산불 진화 상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복귀 일성으로 “이제 좌우는 없다. 오로지 우리나라가 위로, 앞으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부탁하면서 자신부터 달라지겠다고 했다.

12·3 계엄과 그로 인한 탄핵 정국 장기화 속에 대한민국이 처한 안팎의 도전은 매우 엄중하다. 밖으로는 미국발 통상 전쟁으로 수출에 비상등이 켜지고 외교안보의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는데도 리더십 공백으로 변변한 대응책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른 국가 정상들이 관세 폭탄을 조금이라도 피하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앞다퉈 접촉하는 와중에 우린 아직 통화 한 번 못 했다. 이러다 보니 미 국방·정보 수장들이 일본을 방문하고도 한국은 빼놓는 ‘코리아 패싱’도 현실화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수 침체가 날로 악화되며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는 내부의 위기 역시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로 대처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국정 공백의 틈을 메우고 무게중심을 잡는 것이 한 대행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다. 당장 일주일 뒤로 다가온 미국의 상호 관세 발표 대상에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충격파를 최소화할 대책이 필요하다. 지지부진한 추가경정예산의 동력을 살려 경기 회복 불씨를 살리는 숙제도 만만치 않다. 헌재가 임명 거부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고 야당이 최상목 경제부총리 탄핵 사유로 내세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 김건희 여사 의혹 상설특검안의 특별검사 임명 여부 등은 야당과 접점을 찾아야 한다.

헌재는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도 한 대행이 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한 것에 대해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않아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했다. 다만 파면할 정도의 중대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당시 한 대행은 재판관 임명의 책임을 떠넘기며 혼란을 가중시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잘못을 다시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때론 여당을, 때론 야당을 설득해 국정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한 대행이 짊어진 소임이다.


#한덕수#대통령 권한대행#산불 진화#리더십 공백#코리아 패싱#내수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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