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中 쇼핑앱의 공습… ‘헐값의 역습’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5일 2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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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청바지가 1000원대, 그것도 무료 배송’.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플랫폼들이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 유통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앱에 들어가 보면 국내 플랫폼 가격의 절반 이하인 물건이 수두룩해 진짜 이 가격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다. 한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의미로 ‘알리 지옥’ ‘테무 지옥’이라는 유행어까지 나왔다. 쇼핑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중년 남성들까지 해외 직구 시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알리의 한국 월평균 이용자 수는 지난달 기준 717만 명으로 1년 전 336만 명과 비교해 배 이상으로 늘었다. 업계 2위인 11번가 앱 사용자(759만 명)를 위협할 정도다. 지난해 7월 한국에 진출한 테무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진출 직후인 지난해 8월 52만 명이던 이용자 수가 지난달 571만 명으로 11배가 됐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광고비를 쏟아붓고, 각종 할인 및 쿠폰을 앞세워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중국 플랫폼의 경쟁력은 초저가를 넘어선 ‘극초저가’다. 치솟는 물가에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생활용품, 소품, 의류 등은 1만 원 이하인 경우가 많고, 1000원대 상품도 따로 모아 판다. 중국산 저가 제품을 중간 유통과정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니 국내 업체는 경쟁이 안 된다. 경기 침체로 국내 소비가 급감한 중국이 자국 생산품을 해외에 헐값에 내다 판다고 ‘디플레 수출’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고 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충전기를 구매했는데 충전이 안 되고, 이동식저장장치(USB)는 저장이 안 된다는 식이다. 옷이 사진과 달리 사이즈가 터무니없이 작다는 등의 불만도 있다. 국내 유명 브랜드 상품을 위조한 ‘짝퉁’도 여과 없이 판매된다. 제대로 된 고객센터를 갖추지 못해 반품, 환불 등 민원을 제기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 신고는 2022년 93건에서 지난해 465건으로 1년 새 5배로 늘었다.

▷소비자들은 싸게 사서 한 번 쓰고 버린다는 식으로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중국 플랫폼의 저가 공습은 국내 유통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관세·부가세, 안전인증(KC) 비용 등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아 국내 유통업체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소비재시장을 장악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국내 제조업은 설 자리가 없다. 지금이야 초저가와 각종 혜택을 앞세워 유혹하지만 국내 유통산업 기반을 잠식하고 나면 언제 포식자로 돌변할지 모른다. 중국 플랫폼발 ‘헐값의 역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中#쇼핑앱#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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