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돈’ 의혹 巨野, 몰락 막을 역량 있을까[오늘과 내일/길진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2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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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이념, 지역 핵심 지지 기반 요동
‘반성’ 짓밟는 강성 지지층에 내분 격화

길진균 논설위원
길진균 논설위원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 올 초까지 야권 인사들은 내년 총선 이후에도 민주당이 강한 제1야당의 위상을 굳건히 유지할 것이라 자신했다. 정상 궤도에서 번번이 이탈하는 민주당을 보면서도 많은 정치권 인사들은 “민주당이 과반에 가까운 총선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제 위기, 혼란스러운 여권 등 주변 환경을 거론했다. 이념·세대·지역을 국민의힘과 양분하고 있는 민주당이 무너지기 힘든 구조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설득력을 더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점점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만난 야권 인사들이 먼저 얘기를 꺼냈다. 근본 원인은 ‘민주당에 대한 신뢰’다. 상당수 유권자들은 그간 민주당이 보수당에 비해 실력은 몰라도 도덕성만큼은 우위에 있다고 여겼다. 2017년 최순실 사태로 촉발된 박근혜 정부에 대한 혐오와 비판 속에 대안으로 탄생한 정권이 문재인 정부였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을 둘러싼 문제는 온통 ‘돈’과 얽혀 있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사업 관련 의혹’,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전당대회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 등이 그렇다. 사실 여부를 떠나 과거 기득권층에서 벌어졌던 권력형 비리와 다를 게 없는 의혹들이다.

이에 대처하는 민주당의 모습도 한몫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두 차례의 집권과 직전 5년 집권기를 거치면서 친민주당 인사들은 사회의 주류가 됐다. 공공기관, 학계, 미디어, 시민단체 등 사회 시스템 곳곳엔 지금도 친민주당 인사들이 상당수 자리 잡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큰 정당은 민주당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스스로 ‘약자’라고 주장한다. 온갖 ‘돈’ 문제를 ‘야당 탄압’이라고 강변하며, 보수 진영을 싸잡아 무능한 기득권으로 몰아갔다. 민주당의 이 같은 이중적 태도가 젊은층과 중도층에 얼마나 경멸적으로 보이는지 민주당 인사들은 모르는 듯하다.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공식 의원총회 석상에서 제시되는 게 지금 민주당의 모습이다. 여기에 강성 지지층은 반성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를 ‘수박’으로 비하하며 권력싸움에 집중한다. 이를 바로잡아야 할 당 지도부는 무기력한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은 30∼40대, 화이트칼라, 진보, 호남이다. 불공정에 민감한 젊은 세대와 화이트칼라는 도덕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한국갤럽의 16∼18일 조사 결과, 지난 1년 동안 민주당에 줄곧 30∼40%대의 지지를 보냈던 30대의 지지율은 25%로 하락했다. 1월 첫 주 국민의힘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았던 지지율이 국민의힘(32%)에 오히려 7%포인트 뒤지는 하락 추세가 나타났다. 호남 역시 무당층 24%, ‘지지 정당 없음’ 22%로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다.

여론조사가 모든 것을 설명하진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민주당이 지금 어느 방향으로 힘을 쏟아야 하는지는 알 수 있게 해준다. 여론의 주문을 요약하면 민주당은 먼저 처절하게 반성하고, 집권 5년의 경험을 살려 정부 여당의 실책을 막는 제1야당의 제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매일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민주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 요구와 엇나가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살피며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속내만 노출하고 있다. 세계 정당사를 연구한 정치학자들은 거대 정당이 몰락하는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뽑는다. 시대 변화에 대한 부적응과 내부 분열이다. 몰락을 앞둔 모든 조직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공멸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 이 순간에도 앞다퉈 그 길로 달려가는 민주당이 놀랍기만 하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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