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法 가는 길엔 왼쪽·오른쪽 없다” 검사 스스로 중립 지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8일 00시 00분


코멘트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지낸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은 5일 “법이 가는 길에는 왼쪽이나 오른쪽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퇴임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검사들은 “검찰 업무에는 법률과 증거만 있을 뿐 진영 논리는 있을 수 없다” 등 300개 이상의 댓글로 공감을 표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은 어떤 수사를 할지, 수사의 결론을 어떻게 낼지를 놓고 내부 분열이 심했다. 검사에게 좌우가 없다는 상식적인 말이 왜 지금 반향을 불러일으키는지 검찰은 되돌아봐야 한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다음 달 취임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차기 정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을 없애 대통령실이 사정(司正) 업무에서 손을 떼고, 법무부와 검찰에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이 어떤 수사를 하든지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과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되기 쉬운 환경을 갖게 된 셈이다.

검찰이 신뢰를 잃은 건 권력을 가진 쪽과 갖지 않은 쪽에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정권이 바뀌면 충성경쟁을 벌이듯 죽은 권력을 가혹하리만큼 수사했지만 살아있는 권력에는 정반대였다. 정권 눈치를 보면서 수사를 뭉개다가 권력이 바뀌면 뒤늦게 수사에 나서는 일이 빈번했다. 검찰이 3년 전 고발된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대선 직후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검사가 스스로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수사기관 개혁의 최종 목표는 수사의 성역을 없애는 것이다. 1999년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한 것은 당시 청와대 인사를 다른 사람과 똑같은 기준으로 수사하라는 취지였다.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한 이유는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 관행을 시정하라는 것이었다. 검찰의 기소독점 시대가 끝나고, 수사 범위도 축소된 만큼 검찰과 공수처, 경찰이 각각 견제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끝까지 밝혀야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수사기관은 권한을 더 줄이고, 장기적으로 도태시킬 필요가 있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조남관 법무연수원장#중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