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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새 정부의 ‘민간주도 경제성장’, 규제개혁에서 답 찾아야[동아시론/허정]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22-04-05 03:00업데이트 2022-04-0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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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규제개혁 수준, OECD 하위권 33위
현장과 괴리된 규제 많고, 개선도 더뎌
규제개혁 실패하면 ‘尹노믹스’ 어렵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기업에 대한 규제가 마치 올림픽 경기에 나선 선수의 ‘신발 속 돌멩이’와 같다고 하였다. 평소 마라톤을 즐겨 하는 필자는, 대회 참가 중 운동화 속 모래알 하나로 인해 그 대회를 망쳐버렸던 기억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지난 70여 년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것은, 바로 기업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의 결과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기업에 ‘신발 속 돌멩이’는, 어찌 보면 서러운 것이리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전면에 내세운 정책 방향 중에 하나가 바로 기업규제 개혁이었다. 그러나 매번 실패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그 실패의 규모가 너무 컸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22년 1월까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규제입법은 총 4100건 이상으로,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3배에 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규제 수준은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3위에 해당되는 규제과잉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왜 이 ‘돌멩이’들이 계속 신발 속으로 날아 들어오고 있을까? 어떻게 해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을 할 수 있을까?

우선, 문 정부에서 규제개혁이 실패한 직접적인 이유는, 규제영향 평가가 없는 국회의원들의 입법발의가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다. 너무 쉽게,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은 ‘돌멩이’를 만들어 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부처에서 입법을 발의할 경우에는, 해당 규제의 필요성, 중복 여부, 비용·편익 분석 등을 충분히 자세하게 심사를 하고 국회에 제출하는 형식을 거치게 돼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소위 의원입법을 통하게 되면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다. 국회의원들은 입법 발의를 자랑처럼 여기게 됐다. 새로운 정부는 규제가 들어가는 입법에 대해서 의원입법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규제영향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

둘째, 기업 경영 일선 현장과 맞지 않는 ‘갈라파고스 규제’들이 너무 많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기업규제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다. 기업규제 3법은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으로, 그 안에 들어 있는 부적절한 여러 신규 조항을 말한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제도는 대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투기자본에 기밀유출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다중대표소송제는 기업에 소송 리스크를 확대시키고 기술개발 전략이 노출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고소고발 남발로 기업 경영과 부담을 증가시킨다. 지주사 보유지분 상향 조정은 지주사 전환비용을 증가시켜 투자와 일자리 증가 여지를 막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대상 범위가 비현실적이며 관련 규정 또한 불명확해 기업에 사업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런 갈라파고스 규제들이 너무 많다. 윤석열 정부는 즉시 80여 개 규제를 폐지한다고 국민과 기업에 ‘약속’했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돌멩이’들부터 빼내야 국민과 기업은 그 약속을 빠르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현재 규제개혁의 메커니즘이 비효율적이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정부의 규제 관련 정책들이 주로 의원입법 과정을 거치다 보니 규제영향 평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이곳을 쉽게 통과하게 된다. 그리고 민간에서 많은 불만과 민원들이 규제개혁위원회로 되돌아와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쌓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규제를 만들어 냈던 정부 부처와 다시 협의한 후 처리하게 되는, 매우 비효율적인 상황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021년 9월 규제개혁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총 8600여 건의 규제를 개선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현재의 규제개혁 메커니즘이 지속되는 한, 그 성과(?)의 양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실질적인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현행 규제개혁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충분한 예산과 보다 많은 전문 인적자원 확보, 그리고 그 설립 목적 달성을 위한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일이다.

새롭게 탄생할 정부가 내세운 경제성장 정책 기조는 한마디로 민간 주도의 경제성장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규제개혁에 실패하게 되면 이 성장 전략은 실패할 것이다. 일단,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하기로 한 윤 당선인은 국민과의 약속 이행에 대한 강한 의지와 결단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그 의지와 결단력을 규제개혁이라는 시대적 책무에 일관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휘하길 바란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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