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래갈 백신가뭄, 미국 도움 없이 어찌하려고

동아일보 입력 2021-04-24 00:00수정 2021-04-2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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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지금은 (해외에 코로나19) 백신을 줄 여유가 없지만 (앞으로)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중국 견제용 안보협력체계인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협의체) 참가국과 백신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혀 백신과 안보의 연계를 시사했다. 한국 외교부는 “쿼드에 참여하지 않고도 백신 협력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미국과의 백신 공조가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세계 각국에서 백신 접종 결과가 공개되면서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안전성과 효과성 모두 가장 우수한 것으로 확인돼 지금은 웃돈을 주고도 사기 힘들다. 특히 코로나가 독감처럼 매년 재유행할 가능성이 높아 변이 바이러스 대응력이 뛰어난 두 백신의 선호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계약한 화이자 백신 1300만 명분 가운데 국내에 들어온 물량은 87만5000명분에 불과하다. 모더나 2000만 명분도 도입 시기가 하반기로 연기됐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내년과 후년에 쓸 물량까지 추가 구매를 하면서 후발 주자인 한국의 백신 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대체 백신도 마땅치 않다. 정부는 희귀 혈전증 논란을 일으킨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접종을 30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하반기에 들어올 미국 노바백스는 아직까지 사용 허가를 내준 나라가 없다. 러시아 백신 도입을 검토한다지만 유럽의약품청의 승인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결국 백신의 생산과 유통을 쥐고 있는 미국의 도움 없이는 안정적인 백신 수급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쿼드는 코로나 위기를 맞아 미국이 백신을 개발하고 일본과 호주가 재정 지원을, 인도가 대량 생산을 맡으면서 백신 협의체로 견고해지고 있다. 지금처럼 미중 간 줄타기 외교를 고집하다가는 백신 동맹에서 소외돼 고질적인 백신 수급난에 시달려야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백신 스와프를 협의 중이라고 밝힌 정부는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늦어도 다음 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까지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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