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방위비 협상 타결, 동맹 정상화 고개 하나 넘었을 뿐

동아일보 입력 2021-03-09 00:00수정 2021-03-0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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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7일 타결됐다. 지난해 1년 넘게 표류하던 협상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46일 만에 신속하게 합의에 이른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한미 협상단이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문안에 합의했다”고 밝혔고, 우리 외교부도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했다. 합의 내용은 양측의 정부 보고 절차를 거친 뒤 발표될 예정이며, 이달 중순 미국 국무·국방장관 방한 때 서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합의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전반적인 평가는 이르지만 동맹 간 걸림돌 하나가 해소됐다는 점에서 일단 순조로운 첫발을 뗐다고 볼 수 있다. 한미는 작년 3월 잠정 합의를 이뤘지만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재가를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이번 합의는 한국이 최종 제안했던 ‘13% 증액, 5년 계약’의 틀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에도 과도한 증액이란 반론이 만만찮았던 만큼 충분한 보완 합의가 이뤄졌기를 기대한다.

이번 합의는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동맹 복원’을 향한 호의적 분위기 속에 신속하게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우리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 동맹을 강화해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호구’가 아니라며 미군 철수를 운운했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른 동맹관을 이번 합의로 보여준 셈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일본과도 1.2% 인상하는 내용의 1년짜리 특별협정에 합의했다.

이런 순조로운 출발에도 불구하고 향후 한미동맹이 마냥 순항할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 당장 바이든 행정부가 최우선 대외정책으로 내건 중국 견제라인 강화는 한국에 닥칠 큰 시험대가 될 것이다. 미국은 이달 중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인 쿼드 4개국의 첫 화상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선택의 여지 없는 동참 압박에 부닥치기 전에 적극적 참여를 통해 한국 목소리를 반영하는 실용적 외교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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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은 동맹의 균열을 낳을 소지가 적지 않다. 트럼프 시절의 북-미 합의를 계승해 달라는 한국 측 요청은 미국과의 정책 마찰로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의 조율도 강조하는 이유도 돌아봐야 한다. 훼손된 동맹의 정상화는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미국은 양자 동맹을 넘은 다자 동맹을 꾀한다. 동맹의 돈을 갈취하진 않겠지만 딴소리만 하는 동맹을 애써 지켜주지는 않을 것이다.
#한미 방위비#협상 타결#동맹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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