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거세지는 테크래시[글로벌 이슈/신수정]

신수정 국제부 차장 입력 2021-01-20 03:00수정 2021-01-20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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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 왼쪽 사진부터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팀 쿡,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AP 뉴시스
신수정 국제부 차장
“빅테크(Big Tech·대형 기술기업)는 그저 한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빅테크는 모든 것을 위한 플랫폼, 즉 인생의 운영체제가 되고 싶어 한다. 우리는 현재 빅테크 지배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글로벌 비즈니스 칼럼니스트 겸 부편집장인 라나 포루하가 지난해 쓴 ‘돈 비 이블, 사악해진 빅테크 그 이후’에서 한 말이다. 그는 책에서 빅테크의 카르텔과 그로 인한 폐해를 지적했다.

1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위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와 앙숙 관계인 것으로 잘 알려진 메르켈이 트럼프를 두둔한 것처럼 비치는 발언에 이목이 쏠렸다. 메르켈의 발언은 트럼프를 두둔하기보단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미국의 빅테크를 겨냥한 발언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몇 년 전부터 자주 인용되던 ‘테크래시(tech-lash)’가 올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테크래시는 ‘테크놀로지(technology·기술)’와 ‘백래시(Backlash·반발)’를 합친 말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기술 대기업들의 성장과 영향력에 대해 광범위하고 강한 반감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고 설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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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2021 세계경제대전망’에서 “테크래시라는 용어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기술 대기업의 힘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쉽게 볼 수 없었지만 2021년에는 달라질 것”이라며 “테크래시가 본격 시작될 것이고 선봉장은 입법부와 사법부”라고 전망했다.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겨냥한 규제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7월 미국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는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 참석자들은 이들 빅테크의 시장지배력, 불공정 경쟁 등을 지적했다. 10월에는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독점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소송의 이유다.

유럽연합(EU)은 미국보다 한발 더 나가 빅테크를 규제할 법안을 만들어 실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내거나 강제로 기업을 분할할 수 있는 조항까지 포함돼 있는 강력한 법안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빅테크의 반독점 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디지털 시장법’과 ‘디지털 서비스법’의 초안을 공개했다. 서비스 이용자에게서 얻은 정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거나 이용자 수를 활용해 특정 서비스를 불공정하게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EU는 지난해 11월 아마존을 상대로 반독점 규정 위반 혐의를 제기하고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도 빅테크에 대한 규제와 감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선거 캠프 대변인 맷 힐은 “거대 기술기업들이 시장지배력 남용, 시민 오도, 민주주의 훼손 등의 잘못을 저질렀고 이를 바이든 당선인이 종식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빅테크의 과도한 집중을 막기 위해 이들을 규제하기 위한 신설 기구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에서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기구는 연방거래위원회(FTC)다. FTC 현행 조직과 인력으로는 빅테크를 관리 감독하기 어려우니 FTC 산하에 디지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조직을 만들거나 아예 별도의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빅테크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에 혁신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정치권의 발목 잡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우리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빅테크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도록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는 이들도 많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나쁜 짓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구글의 대표적 경영 모토다. 초심을 잃지 않고 사람을 향한 기술을 앞세우는 빅테크를 보고 싶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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