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피해자 두 번 울린 오거돈… 남은 의혹 낱낱이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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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그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2차 피해와 여러 의문점을 낳고 있다. 당장 피해 여성은 심각한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오 전 시장이 사퇴문에서 ‘경중에 관계없이’ ‘5분 정도의 짧은 면담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 등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던 것처럼 묘사한 데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 등 약속한 사안들을 대부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사퇴할 정도의 일을 저질렀다면 나중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먼저다. 또한 피해자에게 약속했던 2차 피해 예방, 시 차원 성폭력 대책 마련, 성폭력 예방 전담기구 설립 등도 당연히 지켰어야 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사전에 피해자에게 보여준 사퇴문 초안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가 실제 발표에는 뺐다. 피해 여성이 수차례 최종 입장문의 내용과 사퇴 시기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오 전 시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피해 여성의 요구가 묵살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그냥 사퇴에 이르게 한 부산성폭력상담소의 역할도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사건의 인지과정을 낱낱이 밝혀 일각에서 일고 있는 선거 개입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민주당은 23일 사퇴 기자회견 1시간 반 전에 알았다고 하지만 사건 발생 후 피해자 측과의 대화를 오 전 시장 정무라인이 맡았다는 점에서 과연 보름 이상이나 몰랐겠느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광역 지자체 정무직은 업무 특성상 수십 년간 정당에 뿌리를 둔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피해 여성과의 대화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핵심 인사도 과거 민주당 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노무현·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 시장 집무실에서 벌어졌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총선 전 발생한 사건이 보름 이상 묻혀 있다가 선거일 직후 사퇴를 발표한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한 점의 의구심도 남지 않게 밝혀야 한다.
#오거돈#전 부산시장#성추행#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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