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어제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323개 대학 가운데 116곳(일반대 67곳, 전문대 49곳)이 학생 정원을 줄여야 하는 ‘살생부 명단’에 올랐다. 이번 평가 결과 하위 36%인 ‘역량강화대학’ 또는 ‘재정지원제한대학’에 해당했거나 아예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들이다. 이 가운데 일반대 10곳, 전문대 10곳은 재정 지원까지 제한을 받는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국내 대학들로서는 사실상 존폐 기로에 처한 셈이다.
이번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대학의 교육 여건 및 재정, 발전 계획 및 성과, 비리 여부 등 대학의 경쟁력을 평가해 부실 대학을 솎아낸다는 취지로 4월부터 진행됐다. 하위권일수록 정원 감축을 많이 하도록 ‘채찍’을 가하게끔 설계해 최하위권 11개교는 30∼35% 정원을 줄여야 한다. 지난 정부가 대학의 경쟁력을 평가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정원 감축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2016년 서울 지역 10개 주요 사립대 총장들이 “대학 구조조정이 대학 경쟁력을 갉아먹는다”고 반발한 데 비하면 공정성의 틀은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저출산이 계속되면서 학생 수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어 대학 구조조정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교육부는 2002년 합계출산율 1.17을 기록했던 ‘저출산 쇼크 세대’가 대학에 들어가는 2021학년도면 전국 38개 대학이 정원 미달로 폐교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3년 뒤까지 올해 대학 입학 정원(48만3000명)이 유지될 경우 그해 입학 가능 신입생보다 대학 정원이 5만6000명 더 많아진다. 이번에 정부가 정원 1만 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만 내놓은 것으로는 아직 미흡하다.
과거에도 교육부 장관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개혁은 피할 수도, 더 늦출 수도 없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도 정치권과 지역의 반발에 물러선 전력이 있다. 특히 교육부 관료들의 퇴직 후 일자리를 위해 ‘예산 나눠주기’로 부실 대학을 연명시켜 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권이 바뀐 뒤에는 일부 대학들이 이번 대학 평가를 의식해 현 정권과 가까운 인사 영입에 사활을 걸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평가의 공정성은 그래서 중요하다. 과거 정권과 가까웠다는 이유 등으로 납득할 수 없는 평가를 받는다면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다. 정부는 객관적이고도 엄정한 평가와 제도를 통해 부실 대학의 퇴로를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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