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호승희]장애인이 거리 활보하는 사회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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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승희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과장
호승희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과장
‘건강한 장애인.’ 지난해 11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학회에서 개도국 참가자들을 놀라게 한 일본 장애인 정책의 캐치프레이즈다. ‘작은 거인’이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연상시키는 이 캐치프레이즈는 한국 학자에게도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 듯, 학회장 밖에서도 토론이 이어졌다. 일본에서 안식년을 보내던 한 영양학자는 출퇴근길에 장애인이 자주 보여 일본의 장애인 비율은 한국보다 높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사실, 한국과 일본의 전체 인구 대비 장애인 비율은 약 5%로 거의 비슷하다. 단지 일본에 살고 있는 장애인의 사회 활동 비율이 한국보다 높을 뿐이다.

장애인의 활발한 사회 활동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정책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 장애인의 건강은 인권이나 통행권 등에 밀려 중요성이 간과됐다. 장애인의 건강을 위해서는 장애 유형, 개인의 건강 및 욕구에 따른 대상별 차별화된 서비스가 요구되나, 국내 장애인 대상 서비스는 오랜 기간 복지 영역에 집중적으로 조명돼 왔다. 장애 유형과 생애주기에 따른 체계적인 건강증진 및 질병관리 서비스 등 보건 영역의 서비스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은 장애인의 진료비가 전체 국민 진료비의 약 16%를 차지한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건강문제에 직면하고 취약한 건강상태로 인해 만성질환이 조기에 발병할 수 있다. 또 장애인들은 의료 및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 2차적인 장애 발생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장애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에 맞는 차별 없는 의료와 서비스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도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 및 장애인 정책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장애인 건강 향상을 위한 정책목표를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2015년 2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 법이 시행돼 장애인 건강증진 정책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 법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의미하는 광의의 건강을 위한 포괄적 사항을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장애인 개인의 의료적 조치에만 치우치기 쉬운 건강정책을 장애인 건강권 향상을 위한 종합정책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학적 측면을 넘어 사회적·국가적 환경 요인이 결합된 장애와 건강에 대한 포괄적 개념을 연계해 장애인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장애인 개인의 건강관리에 필요한 포괄적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평생건강관리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장애인 스스로 건강관리 능력을 확보하고 장애인의 권리 신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이 서비스 제공 주체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도 마련해 모두 활기찬 건강과 장수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 건강한 장애인이 거리를 활보하는 한국,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호승희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과장
#장애인 건강권 확보#장애인 권리 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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