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TK 방문한 박 대통령, ‘眞朴 마케팅’ 역풍 두렵지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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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대구를 방문했다. 어제 오전 대구지역 3곳의 행사에 참석했고, 오후엔 경북 안동에서 열린 경상북도 신청사 개청식에 참석했다. 청와대는 “도청 개청식 참석은 당연한 것이고 대구 방문은 경제와 문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했지만 그 설명을 믿을 사람은 없다. 신청사 개청식도 당초 총선 뒤인 5월 초에서 앞당겨졌다는 뒷말이 나온다. 게다가 개청식 일정에 맞춰 대구 방문 스케줄은 급히 끼워 넣은 듯하다. 대구 방문지 세 곳 중 두 곳의 진박(진짜 친박) 예비후보들이 유승민 의원계 현역들에게 도전장을 냈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총괄하는 2차관이 대구 방문에 동행한 것도 진박 후보들의 공약을 지원하려는 인상을 풍긴다.

박 대통령의 대구 행사엔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 같은 정치인들은 일절 참석하지 않았다. 선거나 정치 관련 발언도 없었다. 선거법 위반 논란을 피하려는 뜻일 게다. 그러나 총선을 불과 34일 앞두고 대구를 방문한 것 자체가 자제해야 할 정치 행위다. 박 대통령은 작년 9월 대구를 방문하면서 지역의 여당 국회의원을 한 명도 부르지 않아 유 의원을 비롯해 TK(대구경북) 비박계 의원들을 물갈이하려는 의도라는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후 6명의 진박 후보가 대구에서 출사표를 냈다. 친박 중진들까지 진박 마케팅에 발 벗고 나섰으나 오히려 역풍이 불자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에선 영남권 3선 이상 현역 의원 교체론이 파다하다. 친박을 희생양 삼아 비박까지 왕창 쳐낸다는 소문이다. 더구나 대통령정무특보였던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대표 욕설 녹취록’ 파문으로 여권 전체가 벌집 쑤신 듯 난리다. 이런 상황이라면 박 대통령이 예정된 행사라도 취소하는 게 옳았다. 그런데도 대구 방문을 강행한 것은 ‘내 사람’ 심기에 꽂혀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과 같다. 9일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을 극비리에 만났다는 채널A 방송 보도가 나왔다. 친박과 비박 간 공천 갈등의 중심에 권력의 생리에 민감한 박 대통령이 있다는 의구심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선거에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면 되레 민심의 역풍을 맞았던 게 역사의 교훈이다.

박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한 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북한의 동해상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을 일을 삼가고 안보와 경제에 몰입하기 바란다.
#박근혜#새누리당#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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