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린이집 CCTV 막고 김영란法 물타기 한 ‘간 큰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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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모든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한 ‘유아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무산됐다. 재석 의원 171명 중 찬성 83명, 반대 42명, 기권 46명으로 과반수(86표)에 3표가 모자랐다.

올 1월 잇따라 터진 어린이집 폭행 사건에 온 국민이 분노하면서 탄력을 받았던 개정안은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고 60일 이상 영상 저장을 의무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학부모 전체가 동의할 경우 예외적으로 CCTV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영상 열람 권한도 학대를 받는 것으로 의심하는 학부모와 수사기관에 한정하는 등 보육교사의 사생활 침해 소지도 최소화했다. 그럼에도 여야는 이 법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전국의 부모들을 기망한 것이다.

의원들은 두 달 전만 해도 CCTV 설치를 반드시 관철해 ‘안심하고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법안을 부결시킨 이유는 내년 총선에서 CCTV 설치에 강력 반대하는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의 ‘조직적 보복’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기권표가 반대표보다도 많이 나온 점이 이를 증명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4월 국회에서라도 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사건이 터지면 여야 할 것 없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간이라도 빼줄 듯이 떠들다가, 한두 달만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조차 나 몰라라 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구태다.

어제 여야가 통과시킨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역시 자신들의 특권 유지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금품 수수와 부정청탁을 엄금한 이 법안의 적용 대상에 여야는 공무원, 공직 유관 단체와 공기업 직원은 물론이고 사립학교·학교법인 이사장과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까지 ‘물타기’ 하듯 끼워 넣어 위헌 소지가 다분한 법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1년 반이나 유예 기간을 둬 자신들의 임기가 끝난 뒤인 20대 국회부터 적용되도록 했다.

부패를 뿌리 뽑는 데 반대할 국민은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19대 국회는 선출직 공직자와 정당이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원은 부정청탁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자신들이 빠져나갈 구멍까지 곳곳에 만들어 놓았다. 벌써부터 내년 선거를 의식하고 국민 앞에선 부정부패에 단호한 척하면서도 자신들만의 기득권을 챙겨 두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는 모양이다.
#유아보호법 일부 개정안#무산#어린이집#CCTV#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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