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박근혜 정부에 바란다]<중>경제혁신 뚝심있게 밀고 나가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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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경제학 박사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경제학 박사
사소취대(捨小取大).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는 뜻이다. 바둑을 두다 보면 명심해야 하는 십계명 가운데 하나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반의 경제민주화 논란 속에서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경제 활성화’의 이정표를 찾았다. 2년이 지난 지금, 향후 3년을 기대하며 필자가 꼽은 사자성어다.

장기 정체론이 힘을 얻고 있는 요즘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가 쉽게 살아나질 않고 있다. 여기엔 세계경제 자체가 구조적으로 침체에 빠져 있다는 분석도 있고 국내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 등의 성장잠재력 둔화 원인과 함께 지난해 세월호 사고로 인한 경기둔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처럼 부정적인 국내외 요인이 강해서인지 지난 집권 2년간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최근의 경제정책 방향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와 투자심리 회복에 방점을 두고 우리 경제가 살아날 때까지 확장적 거시경제정책과 규제개혁을 지속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더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잠재성장률이 20년 뒤엔 1%대로 하락한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처럼 장기 저성장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는 필수적인 정책방향이다.

경제에 모르핀 주사를 계속 놓는 응급처방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4대 부문 구조개혁’도 좋은 선택이다. 노동 금융 교육 공공 등 4대 부문은 오랫동안 우리 경제 사회의 고비용 비효율 구조를 고착시키고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 근본원인으로 개혁이 절실하다. 이처럼 4대 부문 모두 중요한 구조개혁 대상이지만 사방을 들쑤시면서 전선을 넓히기보다는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007년에 11위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을 거듭하면서 지난해 26위로 추락했다. 국가경쟁력 하락 원인은 규제 부담과 비효율적 노동시장 때문이라고 지적됐다. 특히 노동시장의 효율성은 144개국 중 82위로 하위권이기 때문에 노동부문 구조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구조개혁이 성공하려면 일자리 창출과 지속적인 성장의 관점에서 정치권의 대승적 협력을 바탕으로 노사에 대한 집요한 설득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 그리고 강도 높은 추진력이 중요하다.

또 다른 걱정은 국가재정이다. 이미 연말정산 사태(?)를 겪으며 복지와 재정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었다. 2012년 당시 ‘무상시리즈’의 쓰나미 속에 나눠먹기식 복지지출은 무리하게 늘어났다. 금년 정부의 복지지출 예산만 해도 약 115조5000억 원 규모다. 총 재정지출액 대비 30.7%로, 이 비중이 30%를 넘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러다 보니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재정적자의 해법은 분명하다. 국내 가정에서 무리한 지출로 적자에 허덕이게 되면 우선 씀씀이부터 줄이듯이 세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최우선과제가 바로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이른바 무상복지 시리즈다. 소득최하위 등 꼭 필요한 계층에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가 재정부담이나 소득재분배 측면에서도 더 바람직하다. 증세가 소비와 투자의 동맥경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증세 논의에 앞서 세출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선행해야 한다.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두 명의 여성 정치인이 있다. 한 명은 영국의 경제부흥을 이끈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다. 그는 강성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굴하지 않고 노동시장 개혁을 단행했으며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며 허울 좋게 치장된 과도한 사회복지를 줄이고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이끌어 냈다. 이와 함께 감세정책과 각종 규제 철폐 등 이른바 ‘대처리즘’으로 고복지 고비용 비효율의 ‘영국병’을 앓고 있던 영국 경제를 되살렸다. 또 다른 한 명은 독일 제2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이뤄낸 하르츠 개혁을 계승해 노동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유럽의 병자’라 불리던 독일을 ‘유럽의 기관차’로 바꾸었다. 대처와 메르켈의 공통점은 뭘까? 고비용 비효율의 경제구조를 저비용 고효율로 전환시키고자 흔들리지 않고 추진한 ‘원칙과 뚝심’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년간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했다면 앞으로는 경제 활성화, 4대 부문 구조개혁, 세출 구조조정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우선순위를 정해 풀어가면서 우리 경제를 저비용 고효율의 구조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 남은 3년, 뚝심 있는 경제혁신을 기대하는 바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경제학 박사
#박근혜#경제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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