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세정]학생 평가방식 바꿔야 창의적 인재 배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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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학
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학
얼마 전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교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는 몇 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였다.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는 ‘성적 압박이 심할 때’와 ‘학습 부담이 너무 클 때’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별로 개선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취업 걱정 때문에 학점관리와 스펙 쌓기에 많은 시간을 쓴다. 자신만의 삶을 살 여유가 없는 것이다.

대학교수들은 엄청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신입생들의 실력이 과거에 비해서 떨어지고 있다고 야단이고, 기업에서는 대학 졸업생 중에서 쓸 만한 인재를 고르기 어렵다고 불평이다.

사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오랜 기간에 걸친 정부의 ‘쉬운 수능’ 정책 때문에 올해도 나타났듯이 이제 ‘실수 안 하기’ 경쟁이 되고 있다. 좀 더 창의력 있고 도전적인 문제에 머리를 쓰기보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지식을 외우는 일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것이다.

대학에서의 사정도 별로 다르지 않다. 이제 산업화시대를 지나 정보화 사회, 지식기반 사회가 됐다. 단순히 많은 지식을 갖는 것보다는 창의적이고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한 시대가 되었는데도 대학 교육은 과거의 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러니 애플이나 구글같이 세계적으로 창의적인 기업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우리 기업의 성에 차는 인재가 길러질 리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초중등 교육과 대학교육을 창의사회에 맞게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여러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있어서 불행히도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고, 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이다.

이보다 앞서 할 수 있는 일이 평가 방식과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사실 평가가 바뀌면 학생들이 거기에 맞추어 준비를 하기 때문에 교육과정 자체가 바뀌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대학입학전형에서 수능 성적만으로 줄을 세우기보다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 특히 창의력과 타인과의 협동심을 강조할 수 있고, 기업에서도 신입사원을 뽑을 때 어떤 시험 성적 하나로 줄을 세우거나 스펙을 보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전형을 하는 것이다. 사실 이미 기업들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얼마 전 삼성그룹에서 입사전형 시 일률적으로 직무적성검사(SSAT) 시험을 보던 것을 앞으로는 직종별로 다양한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한 예가 될 것이다. ‘범용 인재’를 선발하는 대신 ‘맞춤형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한 해에 20만 명이 보는 ‘삼성고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대기업의 입사 전형이 바뀌면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는 ‘초경쟁 사회’라고 불린다. 젊은이들이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경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노력과 시간이 효율적으로 쓰이게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은 기성세대가 할 일이다. 적어도 학생들이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쓰면서 노력을 낭비하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다.

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학
#학생#평가방식#창의적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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