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복 69주년, 동북아의 과거사를 기억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5일 03시 00분


올해 광복절을 맞는 기분은 그 어느 해보다 착잡하다.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정상화 조약 체결 이래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거쳐 상승 일로에 있던 한일 관계는 고이즈미 정권 때부터 틀어지기 시작해 아베 정권의 등장으로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지지하는 등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심화시켜야 한다. 일본과의 관계도 악화되는 대로 놔둘 수 없다. 한일 관계의 악화는 한미일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중국에만 이득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외교적 처신이 쉽지 않다.

동북아의 평화는 한중일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추구할 때 이룩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13일자 ‘전후 69년 역사를 잊지 않을 후대의 책무’라는 사설에서 아베 신조 총리에게 “일본이 과거 주변국을 침략해 피해를 입힌 사실을 말하라”고 촉구했다. “후대의 임무는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뜻을 대내외에 밝히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패전일(우리나라의 광복절)에 총리가 가해 책임을 언급하는 관례가 의미를 갖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은 독일처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해의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뜻을 국내외에 밝히는 것이 인접국을 안심시키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어도, 센카쿠 열도, 난사군도, 시사군도 등에서 기존의 현상을 변경하려 해 한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이 극우사관을 강화하고 집단자위권을 용인한 것도 중국에 대한 견제심리에서다. 중국이 인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근대 이전의 패권주의를 버렸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내년이면 광복 70주년이 된다. 광복은 분단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는 점에서 불완전한 것이다. 분단의 극복만이 완전한 광복을 가져온다. 인접국, 특히 일본과 중국의 협조 없이 통일을 이루기 쉽지 않다. 동북아의 평화가 깨질 때 역사적으로 가장 피해를 본 것은 한국이었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동북아의 협력이 평화통일로 가는 필수조건이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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