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이제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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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의 순수함 앞에서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아들이 다섯 살 때였던 것 같다. 외출에서 돌아오다가 집 앞에서 아들이 또래 친구에게 한 대 맞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아들은 그 아이에게 대응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었다. 약이 오른 나는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와 다그쳤다.

“넌 왜 바보처럼 맞고도 가만히 있니? 너도 그 애를 한 대 때리면 되잖아.”

“엄마, 내가 때리면 그 애가 아프잖아.”

헉, 나름 교육을 잘 시키는 엄마라고 자부해 왔던 나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차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아이에게 폭력을 종용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래. 한 대 때리면 그 아인 두 대 때릴 것이고, 그러면 점점 큰 싸움으로 번질 테니 네가 참은 것이 잘한 일이지.”

이성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솔직한 심정은 “남자가 저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까?” 걱정이었다. 어떤 엄마들은 약값 물어주더라도 내 아이가 맞고 들어오는 것보다 때리고 오는 게 낫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그리고 상당수 엄마들은 그 말에 공감을 표한다.

그런데 그렇게 아이를 키운 엄마들이 군대 간 아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소연이다. 무리가 아니다. 요즘 뉴스를 통해 듣는 흉흉한 군대 이야기는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괴물이고 악마의 짓이다. 그런 표현이 아니면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애초에 아이들은 천국의 열쇠를 갖고 있는 천사였다. 성경에는 분명 어린아이의 마음과 같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어쩌다가 천사를 악마로 만든 것일까?

그동안 우리는 너무 정신없이 살았다. 부모는 돈벌이에 바쁘고, 아이들은 공부에 바빠서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할 여유도 없고, 어쩌다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찾아가는 것조차 언감생심이었다. 왜냐면 중간고사, 기말고사, 학원 시험 아니면 숙제가 밀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 가족, 친지, 친구 같은 인간관계는 뒷전이 되었다. 인간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니 인간성이 없는 피폐한 사람들이 양산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갈 곳 없는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느낌이다. 정말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아이를 괴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공부, 사람과 사람의 관계 맺음부터 먼저 가르쳐야 한다. 인간성이 없다면 인간이 아니니까 말이다.

윤세영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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