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병선]교육적 수명 다한 수학여행 폐지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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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수학여행은 대규모 인원이 단체로 움직이는 특성상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이번 경우도 300여 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순식간에 변을 당했다. 그런데도 수학여행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교육적인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철 지난 이유에서다.

수학여행의 교육적 효과를 처음 주장한 사람은 스위스의 교육자 페스탈로치였다. 그는 학교 교육의 한계를 벗어나 여행을 통한 지덕체의 전인교육을 완성하고자 했다. 이런 이유로 당시에는 수학여행이 권장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적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시공간이 크게 단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교통수단도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편리해졌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가족 단위 여행도 보편화되었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여행도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방학을 이용한 가족여행은 대부분 자녀들을 위한 교육여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학여행은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단순한 행사가 되었다.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불만이 가중되는 이유는 더 있다. 과거에는 수학여행지가 많이 겹치지 않았다. 여행을 쉽게 갈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런데 지금은 삼중(三重), 사중(四重)으로 겹친다. 제주도나 설악산만 해도 서너 번씩 안 다녀온 가정이 있는가. 심지어 초중고교 시절 내내 같은 곳으로 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교육적 동기가 반감되지 않는다면 그건 이상한 일이다.

수학여행지를 다변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의 좁은 공간 특성상 어디를 가든 겹치게 되어 있다. 여기에 학교는 안전을 우려해 익숙한 특정 지역만, 즉 갔던 곳만을 고집하게 된다. 위탁 비용까지 지불해가면서 대행업체에 맡겨버리는 것도 문제다. 교사들이 프로그램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수학여행은 이렇듯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계륵(鷄肋)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현실적으로 수학여행의 교육적 효과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 오히려 교육적 본질과는 다르게 경제적 논리에 의해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수학여행의 경제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학교당 10학급 규모의 학생들이 수학여행에서 소비하는 비용은 1억 원을 넘어간다. 이를 전국의 초중고교 수로 계산해보라. 천문학적 액수가 나온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관광주간에 맞춰 학생들의 단기 방학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실적으로 수학(修學)은 없고 부작용만 큰 수학여행을 계속 존속시켜야 할 이유가 없다. 여기저기서 수학여행을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운동이 일고 있다. 해당 교육청 홈페이지에는 폐지를 촉구하는 글이 300건 이상 올라왔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2만 명 이상이 폐지에 찬성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수학여행#세월호#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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