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강원]日, 진심으로 위안부문제 해결하고 싶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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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원 나눔의집 고문변호사
김강원 나눔의집 고문변호사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한자리에 앉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다. 이 정상회담은 이른바 ‘한미일 동남동맹의 강화’를 열망하는 미국이 아베 총리가 다시 집권한 다음 약 22개월 동안 한 번도 없었던 두 정상의 만남을 강하게 채근한 결과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어떤 현안보다 위안부 할머니 문제 등이 먼저 해결되지 않는 한 한일 정상회담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3국 정상회담도 아베 총리의 고노 담화 계승 발언으로 어렵게 성사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4월 국장급 실무회담에서 논의하기로 돼 있다. 일본 측은 이미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인 나눔의집 관계자와 만났다.

위안부 할머니 12명은 현재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민사조정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한 상태다. 이 조정사건을 진행하고 있는 필자는 세계적 문명국가인 일본의 양식과 일본인의 양심을 믿고 싶다.

사실 국제사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의 중대한 침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아베 총리가 진정으로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역사의 사실을 후대에 전해 국제 평화에 기여하고 싶다면 일본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일본이 일제강점기에 조선 처녀들을 속이거나 강제로 끌고 가서 강요된 성 노동을 시켰던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사죄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둘째, 이를 위해 일본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셋째,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일본에서 언론 등에 의한 명예훼손을 금지하고 검정 교과서에 제대로 된 사실을 게재할 것이 요구된다.

사실 그동안 자민당 등 일본 우파들이 고노 담화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해왔으나 아베 총리마저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천명하였으니 일본 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본다.

만일 일본 국회에서 입법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아베 총리는 신탁자 일본 정부, 수탁자 ‘일제피해자인권재단’, 수익자 위안부 할머니들로 하여 신탁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제안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실제 배상이 이뤄져야 일본 정부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해배상 채권은 위 재단에서 주도하여 배당하게 될 것이다.

한일 관계는 흔히 일의대수(一衣帶水)라고 한다. 아베 총리가 그토록 정상회담을 하기를 원했던 박 대통령은 신뢰를 중시한다. 현대사에서 상처를 주고받았던 시절에서 빨리 벗어나 진정한 선린우호 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이 여기에 있다. 덧붙여 4월 오바마 대통령을 맞이할 때까지 위안부 할머니 문제가 실질적으로 진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강원 나눔의집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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