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진태 검찰총장, 청와대-채동욱-삼성 정면 수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6일 03시 00분


혼외자(婚外子) 의혹으로 퇴진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이 사건을 놓고 두 갈래로 수사해 왔다. 한 가지는 청와대의 채 전 총장에 대한 뒷조사이고, 다른 하나는 채 씨가 연루된 비리였다. 서울중앙지검은 작년 6월 청와대가 채 씨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 씨와 초등학생인 아들의 정보를 수집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9월 6일 채 전 총장의 혼외자에 대한 첫 언론 보도가 나오기 두 달 전에 대통령 민정, 총무, 교육문화, 고용복지수석비서관실이 구청 등 관계 기관에 정보 수집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의 이정현 홍보수석비서관은 “(언론 보도 전) 어떤 확인 작업도 벌인 바 없다”고 말했으나 거짓이었다. 4개 비서관실이 움직인 만큼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수사는 올해 1월 서울 서초구청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답보 상태다. 검찰은 청와대 관련자를 한 사람도 조사하지 못했다.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은 아닌지 검찰의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또 검찰은 채 씨의 내연녀로 알려진 임 씨 측 계좌로 삼성 계열사 자금이 2억 원 넘게 유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채 씨의 고교 동창인 이모 씨는 2010년 1억2000만 원을 임 씨의 아들 채모 군 계좌로 보냈다. 당시 대전고검장이었던 채 전 총장의 사무실에 임 씨가 찾아가 소란을 피운 직후였다. 채 군이 미국 유학을 떠나기 직전인 작년 8월에도 8000만 원이 송금됐다.

삼성 측은 “이 씨가 회사 돈 17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2012년 회사를 그만뒀다”며 이 씨의 개인적인 송금이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은 최근 검찰에 진정서를 내 수사 의뢰까지 했다고 한다. 채 전 총장은 2002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채 군에게 송금된 삼성 계열사 자금이 채 전 총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내야 한다. 잠적한 이 씨는 출국 금지된 상태다. 그가 채 씨에게 뒷돈을 대주는 ‘스폰서’였는지도 가려낼 필요가 있다.

두 갈래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 모두 결과에 따른 파장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수사팀이 소신껏 신속하게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바람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 청와대 비서관실이 불법으로 정보 조회를 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채 씨의 개인 비리가 수사 결과 확인되면 검찰의 전 총수라고 해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채 전 총장도 검찰 수사만 지켜보지 말고 혼외자 문제를 포함한 여러 의혹에 대해 스스로 매듭을 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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