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 오죽하면 초·재선 69명이 경선 중립 요구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1일 03시 00분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69명이 어제 당 지도부를 향해 경선에서 중립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내에서 터져 나온 경고음이다. 의원들은 “당내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과거 구태정치라고 비판받던 계파 싸움과 줄서기 경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117명 중 절반 이상이 선언에 참여할 만큼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심상찮다. 정몽준 의원은 그제 최고중진연석회의에 불참했고 정 의원 캠프는 “김황식 전 총리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올해 또 통화한 적이 없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 전 총리가 전날 “김 실장과 지난해 11월 이런저런 상의를 한 적이 있다”고 하자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마음)’ 의혹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를 뽑는 여당의 경선이 대통령과 측근 세력의 ‘특정 후보 편들기’ 논란에 휩싸인다면 본선에서도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지가 의심받게 된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청와대 눈치만 보며 보신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계파 이익부터 챙기다가는 2009년 재·보궐선거, 2010년 지방선거 참패 후 당시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고, 결국 당 간판까지 바꿔야 했던 전철이 되풀이될 수 있다.

17대 국회 때 ‘미래연대’나 ‘새정치 수요모임’, 18대 국회 때 ‘민본21’ 등 새누리당(한나라당) 내 소장파는 당의 위기가 닥쳤을 때 혁신과 줄 세우기 타파 등을 표방하며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대선 경선이 다가오면 각자도생(各自圖生)하며 흐지부지됐던 것도 사실이다. 2012년 대선 이후 계속된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나선 새누리당 소장파의 움직임이 이런 ‘데자뷔(기시감·旣視感)’로 끝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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