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재수]쇼핑? 의료?… 이젠 먹거리관광 키우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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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청나라 황제 강희제는 민심 시찰을 자주 하였는데, 한 번은 장쑤 성으로 시찰을 떠났다가 길을 잃고 어느 농가에 들어갔다. 남은 음식이 없던 아낙네는 가마솥에 남아있는 누룽지에 야채국물을 부어 만든 누룽지탕을 내놓았다. 배가 고팠던 강희제는 누룽지탕을 맛있게 먹고 아낙네에게 ‘천하제일요리’라고 적어주었다고 한다. 누룽지도 천하제일요리가 될 수 있다는 좋은 이야깃거리다.

최근 관광산업이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대두되는 데 비해 관련 상품 개발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제는 먹거리 관광 시대이다. ‘건강과 참살이(웰빙)’가 세계적 트렌드다. 이 건강식 열풍은 한국 전통음식의 판매 촉진과 세계화를 위한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 음식이 건강식이고 기능식이며, 약식동원(藥食同源)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증대되고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관광 수요는 세계적으로 확대된다. 미래학자 존 네이스비트는 “21세기의 미래 산업은 정보산업과 환경산업, 관광산업이 될 것”이라면서 한국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여행·관광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해외 관광객은 총 1217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관광산업 경쟁력은 25위 정도로 스위스(1위), 싱가포르(10위), 일본(14위), 홍콩(15위)에 비하면 아직 낮다. 관광을 ‘보이지 않는 무역’, ‘굴뚝 없는 공장’이라 부르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최근 선진국 추세이다.

늘어나는 관광 수요에 비해 우리 대책은 아직도 미흡하다. 인프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광 콘텐츠 개발이다. 한국적인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하지 못하고 감동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쇼핑, 의료, 문화 등으로 관광객을 유인하는 데 한계가 왔다. 이제 한국 관광이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으로 음식관광을 개발해야 한다.

전체 해외 관광객의 약 30%인 400만 명이 중국인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우리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데 비해 우리 음식에 대한 만족도는 낮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두고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고급 음식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음식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철도를 음식관광과 연계한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관광열차 연계 전통식품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철길 따라, 맛길 따라’ 다양한 먹거리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하루 이용객 10여 명에 불과하던 경북 봉화군 분천역 이용객이 지난해 관광열차 개통으로 한 해 1만9000여 명으로 크게 증가한 사례도 있다.

음식관광을 제대로 육성하면 국내 관광객도 증대되고 농가소득도 늘어난다. 창조경제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먹거리관광을 통해 농업이 1차 산업을 넘어 2차, 3차 산업과 융복합한 새로운 6차 산업으로 태어날 것이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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