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이헌진]중국 이해를 위한 고려사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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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굴기(굴起·우뚝 일어섬)로 세계문명사의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이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하지만 ‘중국통’이라고 불리는 전문가들조차 “중국은 알면 알수록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중국 이해는 어려운 일이다. 중국 이해를 위해 꼭 염두에 둬야 하는 세 가지 고려사항을 소개한다.

우선 규모다. 한국보다 약 100배 넓은 중국 땅에는 세계 인구의 약 5분의 1인 13억4000만 명(2010년 인구조사)이 살아간다. 중국은 160만 마리의 돼지와 2400만 마리의 닭을 하루에 먹어 치울 정도로 국토가 광대하고 인구도 많다. 기차로 10시간 걸리는 1000km는 중국인들에게는 가까운 거리다.

사람의 시야는 땅의 넓이와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중국의 크고 많음이 중국인의 사고와 행동을 규정해왔다. 몇 년 전 외교 분야의 유명한 중국 교수가 한국 학생들에게 “한국인은 동북아시아를, 일본인은 동아시아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시아를 말한다”고 당당하게 밝힌 점이 인상에 남는다. 중국은 외교에서도 대놓고 다른 나라를 대국과 소국으로 나눈다.

시간 개념 역시 길다. 덩샤오핑(鄧小平)은 100년 동안 개혁·개방을 하라고 주문했다. 공산당은 현재 ‘2개의 100년 목표’를 국가의제로 삼고 있다. 7년 뒤인 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년), 25년 뒤인 신중국 성립 100주년(2049년)에 이룰 구체적 목표들이다. 중국과 중국인을 상대로 무엇을 하든 조급하고 좁게 보는 쪽이 당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또한 복잡한 나라다. 중국에는 미국, 캐나다, 남미 12개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43개국을 합친 인구가 있다. 57개 국가를 쉽게 분석할 수 없듯이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인의 초상’이라는 책을 보면 부장(장관)을 지낸 중국인은 한 외국 친구에게 “당신은 아주 능력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당신이 중국을 통치한다면 3일도 못 가 중국은 혼란에 빠지고 당신은 목이 잘릴 것이다. 내가 그 일을 한다면 중국 정치에 발을 조금 담가 봐서 얼마간 이해하고 있으니 2주는 갈 것이다. 그 다음에는 중국은 혼란에 빠지고 나 역시 목이 잘릴 것이다”라고 말한다. 부패 빈부격차 민족분규 등 숱한 문제 탓에 중국 붕괴론이 나온 지 수십 년 되었지만 중국은 계속 성장해왔다.

중국이 상상 이상으로 크고 넓으며 복잡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중국에 섣부른 기대도, 실망도 하지 않게 된다.

중국이 오랫동안 통일국가였던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중국은 5000년 역사 중 2000년 이상을 통일국가, 특히 중앙집권적 국가로 보냈다. 지역마다 외국어 수준의 방언이 있고 생김새, 키 등 신체적 특징도 다르지만 중국인의 유전자 속에는 하나의 민족의식이 녹아 있다.

중국의 국력이 급성장하면서 100년 넘게 억눌려온 중국인의 민족의식도 분출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화민족’ ‘중궈멍(中國夢·차이나드림)’ 등 민족의식을 자극하는 표현을 즐겨 쓴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역사 왜곡과 우경화에 중국이 발끈하면서 중국인의 민족의식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이 됐다. 민족의식은 중국이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국가를 일시에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주변국은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국이 세계에 모범을 보여주는 책임 있고 점잖은 대국이 될 것인가, 아니면 세계의 자원을 몽땅 빨아들이고 평화를 위협하는 이기적이고 위험한 강국이 될 것인가. 중국이 전자의 길을 가기를 희망하며 중국 특파원 5년을 마무리한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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