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효석]치료비 없어 죽어가는 저소득층 도울 방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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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효석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장
송효석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장
지난해 8월 1일자로 시작된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은 박근혜 정부 의료복지사업의 시발점이자 과감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심장, 뇌혈관, 암, 희귀난치성질환의 4대 중증질환으로 입원할 때 본인부담금(환자가 내는 돈)이 200만 원을 넘어설 경우 최대 2000만 원까지 진료비 중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재난적 의료비 지출’은 가구의 의료비 지출이 일정 한계를 넘어설 때 쓰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생활비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40%면 여기에 해당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재난적 의료비 지출 가구는 전체의 10.5%(2011년 기준)에 달한다.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는 전국 650여 개의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1300여 명의 의료사회복지사들의 단체이다. 우리는 ‘재난 상황’에 해당하는 많은 사례를 매일 병원 현장에서 접한다. 갑작스러운 심장질환으로 1000만 원이 넘는 수술비가 나온 75세의 독거노인, 고등학생 딸을 혼자 키우고 있는데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비 걱정에 빠진 어머니, 사업 실패 이후 고시원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 55세의 남성….

이들에게 의료비는 그야말로 감당하지 못할 큰 짐이다. 그나마 의료급여 및 차상위계층에 속한다면 건강보험상의 본인부담금 면제, 긴급의료비 지원, 보건소 암환자 지원, 희귀난치성질환 의료비 지원 등 여러 혜택이라도 있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사각지대의 해소를 위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사회복지사로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현 제도는 4대 중증질환자와 화상환자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전체 질환으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연간 본인부담 진료비 합계가 500만 원 이상인 환자 중 4대 중증질환 이외 질환자가 47%에 이른다. 본 사업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질환에 대한 제한을 없애고, 진료비가 과다하게 발생하는 사례부터 지원하는 게 맞다.

둘째,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원제도는 보건소, 지역주민센터, 건강보험공단 등과 같은 공적인 영역과 민간 영역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를 포괄적,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기금의 공정한 집행과 중복 수혜의 방지, 더 많은 수혜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통합관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진료비 지원은 어느 정도의 통일성과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집행돼야 한다. 그래야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진료비 지원 프로그램은 개별 사업별로 지원 기준 및 절차가 다르다. 각각의 사업주체 간 정보의 교환이 어렵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프로그램에서 중복 지원을 받아도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은 초기에는 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삶의 위기를 맞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단비’와 같은 제도가 됐다. 개선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복지사업의 큰 획을 그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송효석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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