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48>다이어트가 뭐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피트니스센터의 샤워장에서 중년 여성들의 이목이 다이어트에 성공한 또래 여성에게 집중된다. 대놓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알몸을 훑는 이도 있다. 남의 성공을 지켜보는 것은 누구에게든 유쾌한 일이 아니다. 마지못해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다이어트 성공은 남자로 치면 업무 성과에 비견될 만하다. 남성과 여성의 양상이 많이 비슷하다.

직장의 남자들은 동료가 특출한 성과로 인센티브를 받을 경우 축하해 주며 한마디씩 덧붙인다. “한 턱 내야지?” 그의 성과에 저마다 연고권이 있다고 주장해 이른바 ‘곁불’이라도 쬐려는 게 남자들의 심리다. 좋은 일이 생겼으니 기쁨을 나눠야 한다는 명분으로 통하기도 한다. 여성들 또한 남의 다이어트에 연고권을 주장하는 듯하다. ‘네가 뺀 살이 내게 붙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젊은 여성들의 경우 반감을 이렇게 표현한다. “살 빼니까 나이 들어 보이네.” “나중에 요요현상이 와서 살이 더 찐 경우도 많이 봤어.”

이에 비해 중년 여성들은 우악스러울 때가 있다. 남자들의 경쟁심이 동료의 독주에 대한 견제로 이어지는 것처럼, 중년 여성들은 혼자만 살을 빼고 나타난 친구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기 위해 집요한 노력을 기울인다.

함께 간 식당에서 날씬해진 여성이 국자를 잡고 일행의 접시에 각각 음식을 덜어준다.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면서 자기는 덜 먹으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그런 의도는 바로 간파당한다. 옆에 앉은 친구가 준비해온 빵을 찢어 손을 쓸 수 없는 그녀의 입에 넣어준다. 또 다른 친구는 국자를 빼앗아 그녀에게 음식을 퍼준다. 누군가가 농담조로 말한다. “걔, 듬뿍 줘.” 진담이다.

남자들은 대놓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동료의 성공을 축하해 주면서도 ‘올해에는 내가 분발해서 이기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는다. 경쟁에 익숙한 남자들의 관점에서는 여성들이 화기애애한 관계 속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건강 혹은 외모관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봐야 그다지 치열하지 않을 것이란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당장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고 TV만 켜면 온갖 다이어트 비법이 쏟아지는 시대에 살 좀 빼는 게 뭐가 힘든 일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세계에선 그렇지가 않으니까 문제다. 다이어트 자체도 호락호락하지 않거니와 성공하는 경우에도 자칫하면 무리로부터 고립되어 시달림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이뤄낸 여성이라면 진심으로 대단하다는 평가를 들을 자격이 있다. 남자들이 목숨보다 끊기 힘들다는 담배 끊기, 그보다도 어려운 일을 그녀는 독하게 해낸 셈이다.

한상복 작가
#여자#다이어트#경쟁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