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라리 국정감사 없애고 상임위 활성화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4일 03시 00분


여야 원내지도부가 가을 정기국회 때 한 번 하던 국정감사를 올해부터 상반기와 하반기에 두 번 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20일간으로 정해진 국감 기간을 10일간씩 나눠 할지, 경제 분야와 비경제 분야 식으로 국감 대상 기관을 상·하반기로 갈라서 할지 같은 구체적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국감 제도의 개선 필요성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제기됐다. 정부기관에 대한 과도한 자료 요구와 이에 따른 행정 차질, 불필요한 증인 채택과 증인 출석 요구를 둘러싼 소모적인 관행이 해마다 되풀이됐다. 국감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열어 정치후원금을 변칙 조달하거나 개인적 민원을 해결하는 ‘갑(甲)질’도 여전했다. 국감 실효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16개 상임위원회가 600곳이 넘는 피감기관을 상대로 감사하는데 1년에 한 번, 그것도 고작 20일의 기간으로는 수박 겉핥기일 수밖에 없다. 국감 결과에 대한 사후 조치도 미흡하다. 더구나 국감을 정기국회 기간에 하다 보니 시간에 쫓겨 예산안과 법률안 심의가 부실해지기 쉽다. 국감이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이런 폐해 때문에 정기국회를 피해 각 상임위가 자율적 국감을 실시하거나 연중 상시 국감체제로 전환해 내실을 기하자는 지적이 여러 번 나왔다. 2012년에는 여야가 정기국회 전에 30일간 국감을 하자고 합의한 적도 있다.

실효성은 적고 폐해는 많은 국감을 차라리 없애 버리는 게 낫다는 국감 무용론도 나온다. 사실 국감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에서는 국정조사나 청문회로 국감을 대신하고 있다. 1949년 도입된 국감은 유신 때 없어졌다가 민주화 직후인 1988년 부활했다. 국회 상임위와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행정정보 공개가 원활하지 않을 때 국감은 정부기관 견제와 감시의 순기능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국감을 상·하반기로 분산하면 정쟁은 심해지고 피감기관의 부담도 커질 우려가 있다. “이제 좀 그만 불러 달라”는 지난해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 같은 호소가 상·하반기에 반복될 공산도 크다. 상임위별로 국정조사와 청문회 기능을 활성화하면 따로 국감을 해야 하는 정치적 행정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국회 후진성 탈피, 그리고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도 국감 폐지를 고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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