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종상]1400여 쌍용건설 협력사 대책 시급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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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상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이종상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쌍용건설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가 9일 결정됐다. 국내 시공능력 순위 16위인 쌍용건설은 국내외 150여 개 현장에서 7조6000억 원에 달하는 공사를 수행하는 대형 건설사. 그러니 파장은 실로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1400여 하도급 협력업체의 피해는 이미 진행형이다.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단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줄도산 공포는 커져만 가고 있다.

쌍용건설이 이들 협력업체에 지불해야 할 채무 규모는 3000억 원에 달한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B2B대출·이하 외담대) 등 당장 지불해야 할 상거래 채무만도 1700억 원에 달한다.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외담대 피해가 특히 하도급 협력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 외담대는 하도급 업체가 원도급 업체로부터 지급받기로 한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원도급자와 약정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제도다. 상환일이 되면 원도급 업체가 대출금을 갚는다.

문제는 원도급 업체가 부실해지면 대출금 상환과 연체에 대한 책임이 하도급 업체로 넘어간다는 데 있다. 하도급 업체로서는 받아야 할 돈이 순식간에 빚으로 돌변하는 구조다.

외담대는 2001년 어음을 대체할 결제수단으로 도입됐다. 현재는 건설업계 전체 외상대금의 30% 이상이 외담대로 결제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경기 장기 침체로 원도급사들의 부실이 늘어남에 따라 외담대의 부작용도 커지기 시작했다. 하도급사들의 줄도산을 부르는 기폭장치가 돼버렸다. 또한 원도급사 하나를 살리기 위해 수백 수천에 달하는 하도급 협력사를 희생시키는 ‘무기’로 변질돼 버렸다.

하도급 협력사는 채권자에서 채무자로 전락한다. 원금 및 연체이자 상환 부담이 목줄을 죄어 온다. 그뿐만 아니라 대출금 연체로 인한 금융거래 정지, 신용도 하락, 하도급 수주 감소 등으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 경우 남은 숨통마저 끊어진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전문건설공제조합은 하도급 공사를 주로 수행하는 전문건설업체들에 보증과 융자 등의 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전문건설업계의 실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알 수 있는 곳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수주물량 감소, 수익성 악화 등 하도급 전문건설사들의 부실요인은 많다. 하지만 외담대와 같이 원도급사의 부실경영 책임을 덤터기 쓰는 불합리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쌍용건설 협력사들은 쌍용건설의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악조건 속에서도 정상화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갖고 묵묵히 공사를 하고, 자재를 납품해 왔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버렸다.

협력사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일한 사람이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금도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제2, 제3의 쌍용건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런 불합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경제민주화의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이종상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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