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패트릭 크로닌]한국의 안보위기와 FX사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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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CNAS) 수석연구원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CNAS) 수석연구원
대한민국은 지금 6·25전쟁 이후 가장 중대한 안보위기를 맞고 있다. 앞으로 한국이 안보와 국방정책 분야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위기상황은 진정될 수도,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차기전투기(FX) 사업을 비롯한 주요 전력도입사업은 유사시 한국군의 전쟁 억지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 중요하다.

현재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안보환경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는 개선되고 있지만 중국이 북한을 두둔하는 정책을 바꾸긴 힘들 것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은 군사대국의 지위 회복을 적극 추진하면서 역내 긴장과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예측불허 상황을 초래할 최대변수는 북한이다. 내부 반발 등으로 김정은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보고서가 계속 나오고 있다. 북한의 급변사태는 핵개발 과정에서 ‘벼랑끝 전술’이 더는 통하지 않을 경우 자포자기식 대남 도발이나 김정은에 반대하는 군부 쿠데타 등으로 촉발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

이 같은 국가적 위기사태 시 한국 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한편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안보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을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 정부가 두 달여 전 원점 재검토를 결정해 지연되고 있는 FX 사업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9월 말 FX 단독후보로 상정됐던 F-15SE가 최종 기종결정 단계에서 부결된 뒤 많은 한국 언론들은 한국군이 FX 60대를 모두 F-35 스텔스기로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한과 역내 안보위협에 대비해 균형과 능력에 맞는 전투력을 갖춰야 하는 한국의 안보태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한국 공군은 2020년까지 노후기종인 F-4를 모두 퇴역시킬 예정이다. 이는 한국군의 큰 전력공백을 초래할 것이고, 반대로 북한에 오판할 수 있는 기회를 증대시킬 것이다. 유사시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특수전부대 등 비대칭 전력과 재래식무기를 총동원해 대남 기습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군 전력이 질적으로 한국에 뒤진다고 해도 북한이 두 가지 수단을 동시에 사용한다면 한국군은 제한된 군사력으로 이를 억제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은 분쟁을 억제할 수 있는 충분한 전투력 체계를 유지해야 하고, 필요시 북한 전역의 핵과 미사일 기지 등 수많은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공군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기 탑재량과 속도, 체공시간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춘 최신예 전투기를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군은 실전에서 검증되고 합리적인 가격의 스텔스 전투기도 확보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한정된 국방예산으로 안보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FX 사업이 그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본다.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CNAS) 수석연구원
#FX사업#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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