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케네디에 열광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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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오늘날까지 미국인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암살됐기 때문이 아니다.” 오늘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50주기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했던 연설의 일부분이다. 어떤 어려움에도 지지 않고 세상을 새롭게 만들려던 불굴의 정신을 이어받자고 강조했다. 어쩌면 오바마 대통령의 상상 속에선 자신이 바로 케네디의 현신(現身)일지 모른다. 그를 꼭 닮은 자신에게도 지지를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싶었을 것 같다.

▷‘젊고 잘생긴 인기 절정의 대통령이 46세의 젊은 나이로 암살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케네디는 가슴에서 죽지 않는다. 케네디가 살아있다면… 저 사람이 케네디라면…. 이후 대통령들이 실망스러웠다는 점도 불후의 인기 비결이다. 베트남전 철수, 워터게이트 스캔들, 이라크전 등 우울한 현실에서 케네디는 미국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의 꿈과 이상, 용기와 가능성을 상징한다.

▷그의 아름다운 아내와 사랑스러운 아들딸은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꿈꾸는 이상적 가정 그 자체였다. 샤넬과 디오르의 세련된 옷을 입고도 영국 빅토리아풍의 현모양처다운 기품을 내비친 재클린 여사는 왕실 없는 미국의 자부심이었다. 최근 부임한 케네디의 고명딸 캐럴라인 주일 대사에게 왕가의 대우를 한 일본 역시 자부심에 넘치는 기색이다. “중요한 건 케네디 대사가 한밤중에도 오바마에게 직접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게이오대 데시마 류이치 교수는 일본 분위기를 전했다.

▷재임 1036일 만에 죽음을 맞았기에 케네디가 더 살았다면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됐을지는 알 수 없다. 젊음과 활력이 스테로이드 덕분이고, 여성 편력도 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면 재선이 가능했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빛나는 수사(修辭)에 비해 업적은 그리 빛날 것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그 강한 언사대로 강하게 행동하는 대신, 적(敵)과 협상했던 케네디의 신중함이 바로 업적이라고 ‘소프트 파워’를 주창했던 조지프 나이는 평가했다. 다 함께 열광할 수 있는 대통령을 가진 국민은 행복하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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