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용복]특허만료된 의약품… ‘복제약’ 명칭은 부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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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복 전남대 약학대학 학장
이용복 전남대 약학대학 학장
약과 먹거리는 같을 수 없다. 그래서 약을 의약품이라고 부른다. 의약품이 갖추어야 할 4대 조건으로 유효성(effectiveness), 안전성(safety), 적용성(applicability) 및 균질성(uniformity)을 들 수 있다. 즉, 질병 치료와 예방 등에 효력이 있어야 하고 사용자 자신뿐만 아니라 그 후대까지도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 사람이나 동물에 적용 가능해야 하고, 동일한 의약품이라고 했을 때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더라도 그 품질이 똑같이 보장되어야 하는 균질성을 갖추고 있어 동일 의약품으로 허가 받은 약은 언제 어디서고 누구나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약품의 판매를 허가하는 행정당국이나 이를 제조하는 제약기업은 허가받아 시판되고 있는 모든 의약품이 허가받을 때와 동일한 조건에서 언제나 동일하게 제조, 시판될 수 있도록 조치 및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허가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시판 후에도 의약품의 균질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규정을 수립해 이를 시행하고 있다. 모름지기 의약품은 인체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보증되어야 하며 인체에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서 균질성이 확보돼 의사나 약사 등 의료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환자를 포함한 모든 일반인이 동일 성분(함량, 제형 등)의 의약품이면 모두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는 같은 의약품으로 인식하고 사용할 수 있게끔 조치하고 있는 것이다.

시판이 허가된 의약품이란 본질적으로 이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신약을 처음 개발한 다국적 제약기업에서는 자기 제품의 우월성을 선전하여 지속적으로 이득을 보기 위해 자기 제품은 브랜드(brand)나 오리지널(original)이라 칭하게 하고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을 행정당국으로부터 허가받아 출시한 타사 제품에 대해서는 제네릭(generic) 또는 복제(copy)약이라는 이름을 붙여 그 가치를 폄하하고 있다.

우리는 펩시콜라를 코카콜라의 제네릭이라 부르지 않으며 쏘나타 자동차를 아우디의 짝퉁이라고 폄하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유독 의약품에서만 제네릭이니 카피약이니 하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요즘 여러 단계의 엄정한 절차를 거쳐 허가 판매되는 제네릭 의약품(특허만료의약품)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과 단체가 복제약 등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며 국산 의약품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사례가 많다.

제네릭 의약품은 최초로 개발된 의약품과 주성분 함량, 품질, 안전성, 효능 등이 동등하다는 점을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해 식약처로부터 인정받은 의약품이다. 그런데도 일부 행정당국에서조차 국민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특허만료의약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국산 의약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명칭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용복 전남대 약학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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