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형표 장관 후보자, 연금개혁의 빗장 풀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3시 00분


문형표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공무원연금이 재정적자 위기에 빠진 1999년부터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높여 연금재정 적자를 줄이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현행 공무원연금 제도는 국민연금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혜택이 커 형평에 어긋난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모두 공무원연금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가졌지만 공무원 조직의 동요와 반발 때문에 매번 ‘땜질 개혁’에 그쳤다. 그러는 사이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공무원연금에 대한 국고 보조를 시작한 2001년부터 내년까지 세금으로 지원해야 할 보조금이 28조 원으로 불어났다.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하면 나중에 사회적 폭탄이 되기 십상이다.

문 장관 후보자는 학자 시절 “미국과 일본은 공무원연금을 기본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개로 나눠 기본연금은 국민연금과 통합하고 나머지는 민간과 상응하는 모양새를 만들어준다”며 “공무원연금 중 기본연금은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게 적자 축소를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골격을 그대로 둔 채 보험료율을 조금씩 올리는 반쪽 개혁으로는 연금재정 악화와 국민세금 투입 증대를 막을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현직 공무원들에 대한 소급적용은 법리적 논란이 있기 때문에 새로 공무원이 되는 사람들부터 적용하면 될 것이다.

국민연금도 중장기적으로는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지급률을 낮추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국민적 반발이 큰 만큼 공무원연금을 개혁한 뒤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 문제는 ‘1988년에 도입한 국민연금 미가입 고령자들을 위한 보완책’이라는 찬성론과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다’는 반대론이 맞선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더라도 국민연금 장기가입자들의 피해는 가급적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문 후보자가 국무회의의 일원으로서 정무적 판단까지 해야 하는 장관이 될 경우 학자 시절의 소신만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관료를 포함한 기득권 세력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그러나 연금개혁은 누군가 물꼬를 트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일이다. 문 후보자가 설득과 조정 능력을 발휘해 연금개혁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길 기대한다.
#문형표#보건복지부#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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