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직필직론’]합참의장 인사에 문제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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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 단국대 교수·언론학
손태규 단국대 교수·언론학
합참의장에 내정된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이 그 직을 수행할 충분한 경험과 기술을 쌓은 경력을 가졌는지 의문이다. 합참의장은 군사적 고려가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자리. 그러나 정치적 고려가 더 큰 탓인지 합참의장의 본분에 대한 정밀한 판단이 부족한 인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군조직법에 따르면 합참의장은 “전투를 주 임무로 하는 각 군의 작전부대를 작전지휘·감독하고, 합동작전 수행을 위하여 설치된 합동부대를 지휘·감독”하는 국군의 최고 작전지휘관. 미국 합참의장과도 견줄 수 없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전투사령관이 한국의 합참의장이다.

미국 합참의장은 작전지휘관이 아니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최고 군사고문으로 두 사람의 작전지휘권 행사를 도울 뿐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마틴 뎀프시 육군참모총장을 합참의장으로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의 전쟁 경험.

오바마는 그를 “미국에서 가장 전쟁 경험이 풍부한 장군 가운데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뎀프시 의장은 제1 기갑사단의 사단장 등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했으며 제7군 사령관 등을 지냈다. 오바마가 비상시 자신의 작전지휘에 대한 조언을 들을 참모로 자타가 공인하는 작전 전문가를 발탁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미국의 의장보다 더 강력한 군사적 권한을 가진 한국의 합참의장이야말로 군내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풍부한 전략적 지식과 작전 경험을 가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최윤희 합참의장 내정자는 작전 전문가로 꼽히지 않는다. 해군의 기본이면서도 핵심 보직인 함대 사령관과 작전사령관을 지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육군으로 치면 사단장과 군단장 또는 군 사령관을 거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해군으로서도 작전 지휘관 경험이 부족한 그가 군사전략기획, 작전계획의 수립과 작전부대에 대한 작전지휘 및 운용 등 군령(軍令)에 관하여 국방장관을 보좌하며 3군 합동 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무엇보다 해군 안팎에서부터 불거지는 이유이다.

그는 준장으로서 상륙과 대잠수함 작전 등을 수행하는 작전사령부 제5성분 전단장을 지냈다. 작전 지휘관 경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장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누가 육군의 특수전여단장만을 지낸 경력으로 합참의장이 된다면 납득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최 내정자는 합참에 근무한 경력도 전혀 없다.

국방부는 합참의장 발탁 배경으로 ‘합동성 강화와 군심(軍心) 결집’을 꼽았다. 참으로 궁색한 설명이다. 군내 누구라도 인정하는 작전 전문가가 아닌 최 내정자가 작전의 합동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군심 결집’이란 무엇인가. 그동안 소수 집단으로 홀대받던 해군을 배려하니 해군은 말할 것도 없고 육군과 공군 모두가 감동해 자진 단결할 것으로 믿는다는 말인가. 이번 인사는 애당초 3군의 균형을 고려한 결과가 아니었다. 국방장관, 국정원장,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경호실장이 모두 육군 대장 출신이라 여론이 좋지 않았다. 원래 내정했던 육군참모총장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그러한 현실을 무마하기 위해 급히 내민 카드가 해군 의장이었다.

‘사상 최초의 해군 합참의장’은 부득이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일 따름이다. 그러고도 군심의 진정한 결집을 바란다면 오만한 욕심이다. 약자를 챙겼음을 빌미로 국민들의 박수를 유도하려 했다면 그것은 인기영합주의이다. 해군도 내심 마뜩지 않다고 한다. 늘 육군의 이해관계에 종속되는 운명에 대한 자조 때문이다.

국방부는 또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 북한의 도발이 잦은 상황을 고려할 때 “해군 참모총장이 합참의장으로 발탁되어도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그 참모총장이 어떤 작전 지휘관 경력을 가졌는지를 따져야 한다.

뎀프시의 전임이었던 마이클 멀린 역시 유럽 주둔 해군 사령관, 나토 합동군 사령관 등을 지낸 뒤 해군참모총장을 거쳐 합참의장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양호 장군이 공군 작전사령관 등의 경력을 쌓은 뒤 참모총장을 거쳐 국군 창설 이래 육군 이외의 최초 합참의장이 되었다. 국군조직법상 작전지휘권이 없는 참모총장도 중요한 작전 보직을 경험해야 하는 것. 그런 면에서 핵심 지휘관 경력이 없는 최윤희 중장을 참모총장에 발탁(2011년 10월)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는 군의 상식과 순리를 무시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군대는 전쟁을 위한 조직. 작전은 기본이다. 정치적 이유와 목적 때문에 군대의 기본을 희생하는 것은 군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다. 고질적인 육군 중심 인사에, 해군의 해묵은 파행 인사가 겹쳐 작전지휘관 경험이 모자라는 합참의장이 전군의 작전을 책임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것은 늘 원칙의 준수를 강조해 온 박근혜 대통령도 의도했던 바가 아닐 것이다. 도박하는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국군을 지켜봐야 할 국민들이 딱하다.

손태규 단국대 교수·언론학
#합참의장#최윤희#함대 사령관#작전사령관#지휘관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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