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혐한 시위 반대 행진에서 한일 화해 가능성을 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그제 일본 도쿄 신주쿠의 한 공원에서 일본 내 혐한(嫌韓) 시위에 반대하는 ‘도쿄 대행진’ 행사가 열렸다. 1000여 명의 시민은 ‘차별 반대’ ‘친하게 지내요’라고 쓴 피켓 등을 들고 행진했다. 도를 넘은 일본 극우 진영의 한국 공격에 대한 자생적인 제동 움직임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

역사 독도 군위안부 문제 등 소위 ‘3종 세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요즘 한일 관계는 1973년 김대중 씨 납치 사건 이후 최악의 상태라는 데 이견이 없다. 양국 정상 간의 신뢰도 부족해 쉽게 회복될 전망도 안 보인다. 한일 관계는 흔히 ‘롤러코스터’ ‘시시포스의 헛수고’로 불릴 만큼 기복이 심하다. 문제는 양국의 불편한 관계가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내의 높은 지지율과 경기회복세,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 등에 힘입어 이웃 국가들에 대한 기존의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한국으로서도 이런 일본에 먼저 손을 내밀기 힘든 형편이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사람 물건 돈의 교류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국가로서 대중(對中) 정책과 대북문제 등 협력할 일도 적지 않다. 한일 외교장관이 26일 유엔 총회에서 만난다는 소식이다. 21, 22일 도쿄에서 열린 일한축제한마당에는 왕족과 아베 총리의 부인, 외상이 참석했다. 한국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2명이 도쿄의 올림픽 유치에 찬성했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역시 중요한 것은 양국 정상의 만남이다. 내달 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나 브루나이에서 개최되는 아세안+3 정상회의는 양국 정상이 만나 돌파구를 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연내 한국에서 열기로 중국과 합의한 한중일 정상회담을 활용할 수도 있다. 급변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일본에 아쉬울 게 없다’며 큰소리만 칠 일은 아니다. 대미 대중 외교에서 성공을 거둔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일본과의 관계회복도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됐다. 일본도 한국의 이런 고민에 호응해야 한다.
#도쿄 대행진#혐한 시위#일본 극우 진영#한일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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