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治水는 정권과 관계없는 국가 운영의 근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0일 03시 00분


계속되는 집중호우로 북한의 홍수 피해가 심각하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유엔 조사팀에 따르면 북한 전역에서 1만1000채가 넘는 가옥이 무너지고 2만3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평안남도 안주시는 청천강이 범람해 80%가 물에 잠겼다고 한다. 평안북도 박천군과 태천군의 피해도 심각하다. 논과 밭이 침수되고 수만 마리의 가축이 물에 떠내려가 식량과 식수마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김일성 사망 이듬해인 1995년에 대홍수가 발생했고 그 후에도 거의 매년 홍수와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북한의 산들은 나무가 없고 계단식 다락밭이 많아 비가 조금만 내려도 빗물과 함께 토사가 휩쓸려 내려간다. 하천 정비와 하수도 사업도 제대로 하지 못해 물난리가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치수(治水)에 실패한 대표적인 나라다.

최근 남한에도 장마전선이 중부와 남부를 오가며 최대 300mm가 넘는 물 폭탄을 쏟아부었다. 비의 총량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폭우는 홍수 위험을 높였다. 22, 23일 중부지방 호우로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주택 수백 채가 물에 잠겼다. 이와 관련해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어제 “4대강 효과로 홍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기 여주군은 2006년 하루 260mm의 비에 984ha가 침수됐으나 올해는 361mm 비에 침수 피해는 절반 정도인 510ha에 그쳤다고 했다. 4대강의 지천까지 정비를 마쳤더라면 비 피해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정권에 따라 정부의 설명이 오락가락해 국민은 혼란스럽다. 박근혜 정부 들어 감사원은 4대강이 총체적 부실 공사를 했으며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준설이 지나쳐 역행(逆行) 침식(하류에서 상류로 거꾸로 발생하는 침식)이 일어난다거나, 건설비용에 비해 홍수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곧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해 4대강 사업 전반을 조사할 예정이다. 보(洑) 공사가 부실했거나 예산 낭비, 담합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러나 이미 22조 원을 쏟아부은 공사를 원점으로 돌리자거나 보를 허물자는 일각의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

치수는 예로부터 국가 운영의 근본이다. 네덜란드 등 물 관리 선진국들은 수백 년을 내다보는 치수 정책을 편다. 4대강을 둘러싸고 정쟁(政爭)을 벌일 것이 아니라 객관적 조사와 수질 정화, 지천 정비 등 미래를 내다보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장마#홍수#4대강 사업#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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