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3의 주식시장 코넥스, 벤처 창업 기폭제 되기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지금도 벤처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얻고 있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이 시장을 장내(場內)로 끌어들여 제도화한 코넥스(KONEX) 시장이 어제 처음 열렸다. 상장된 21개 종목 가운데 20개의 거래가 이뤄졌다.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 업체인 아이티센시스템즈는 평가 가격 4115원의 4배가 넘는 1만6500원에 시초가가 형성됐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있다. 이번에 신설된 코넥스는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코스닥에 오르지 못한 신생 중소 벤처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 벤처 생태계에서 창업과 재투자를 위한 회수 사이에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이 있다. 벤처투자 제도가 취약해서다. 박근혜정부는 코넥스를 통해 창업을 활성화해 창조경제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코넥스는 현 정부의 창작물이 아니다. 2000년에도 비슷한 취지로 ‘제3 시장’이 설립됐고, 2005년엔 ‘프리보드’로 재출범했다. 하지만 거래 쌍방의 개별적 접촉으로 이뤄지는 장외(場外) 시장이어서 투자자가 알짜 벤처를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투자금 유입이 잘 이뤄지지 않자 지정 기업들이 이탈했다. 이번에 금융당국은 공시의무 항목을 줄여 진입 장벽을 낮추는 대신 상장사마다 1개의 증권사를 지정자문인으로 두도록 했다. 상장 심사를 지원하고 코스닥 승격을 돕는 산파 역할을 한다.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의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코넥스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부실 공시, 주가 또는 회계 조작은 자멸의 지름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코넥스를 공개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 비유했다. 코넥스도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는 ‘K팝스타’처럼 신뢰를 확보해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증권 유관기관이 1500억 원을 투자하고 지정자문인이 된 증권사도 직접 투자를 한다고 하지만 주식 거래가 뜸하게 되면 시장은 시든다. 한국거래소와 증권사들은 우수 중소 벤처를 발굴해 주식 매물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벤처기업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영국의 에임(AIM)도 지금은 상장기업 수가 1000여 개나 되지만 1995년 출범 당시에는 10개에 불과했다. 코넥스를 통해 우량 중소 벤처기업이 성공해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 경제를 성장시키면서 다시 ‘코넥스형 창업’을 자극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야 한국 경제에 미래가 있다.
#코넥스#벤처기업#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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