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황진영]마피아의 비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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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영 경제부 기자
황진영 경제부 기자
금융 공기업 기관장 인사에서 ‘모피아(재무부+마피아)’들이 득세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이해되는 측면은 있다. 인허가 권한과 검사권, 징계권을 가진 금융당국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관료 출신만 한 인사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규제 산업인 금융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국피아(국토교통부+마피아)’가 기관장을 차지한 인천공항공사와 LH,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마피아)’가 접수한 에너지관리공단의 인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업종 특성상 관료 출신이 최고경영자가 된다고 해서 해당 기관에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이 세 곳은 인허가에 목을 매야 하는 곳이 아니다. 서비스 품질과 경영 효율성이 관건인 곳이다. 전임 사장들도 외국계 기업(인천공항공사)과 민간 건설회사(LH) 출신이었다.

세 기관 모두 공모제를 거쳐 최고경영자를 뽑았다.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후보자를 4, 5명으로 압축하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2명을 후보자로 올리고, 대통령은 그중에서 한 명을 낙점하는 방식이다. 임추위는 사외이사가 과반을, 공운위는 민간인이 과반을 차지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위원회 구성과 선임 절차만 보면 청와대나 관료들의 입김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관료들의 득세는 모두 능력이 뛰어나서일까. 공운위에 참여하는 민간위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공운위 전체회의를 열어 후보자 2명을 결정하기 전에 인사 소위원회를 거치게 되는데 여기에 ‘비밀의 통로’가 있다는 것이다. 인사소위에서 2명을 압축하면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대통령에게 올라간다고 한다. 한 공운위 민간위원이 “인사소위 안이 전체 회의에서 바뀐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할 정도로 인사소위의 영향력이 결정적이다.

문제는 인사소위의 구성이 묘하다는 것이다. 인사소위는 기획재정부 2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관련 부처 차관 1, 2명과 민간위원 4명으로 구성된다. LH 사장 등을 선임할 때는 한 명이 공석이어서 민간위원이 3명이었다. 민간위원 3명 중 한 명은 기획예산처 차관 출신이다. 공운위 민간위원 9명 중 유일한 관료 출신이 인사소위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선임할 당시 인사소위는 순수 민간위원 2명에 전·현직 차관이 3명이었고, LH 사장 후보자를 뽑을 때는 순수 민간위원 2명에 전·현직 차관이 4명이었다.

전·현직 차관들이 공공기관장 인사를 쥐락펴락한다고 하면 당사자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후 공공기관장 인사만을 놓고 보면 “전·현직 관료들이 민간위원을 들러리로 세워 전직 관료를 밀어주는 구조”라는 한 민간위원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 각종 마피아가 득세하는 공공기관장 인사를 혁신하려면 ‘비밀의 통로’부터 봉쇄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황진영 경제부 기자 buddy@donga.com
#마피아#공공기관장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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