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정양환]노동의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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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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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환 문화부 기자
정양환 문화부 기자
지난주 출간된 책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는 제목부터 참 의미심장했다. 누구나 놀고 싶지 일하는 게 좋을까 싶다가도, 만족스러운 이도 있을 텐데 너무 일반화시켰단 반감도 생겼다. 어쨌든 노동이 버거웠던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터. 혹 극복할 방도만 있다면야 책 100권이라도 읽겠다.

얼른 주사 한 방이 필요했지만, 책은 청진기부터 갖다댄다. 독일 여성 철학자인 저자는 문제의 근원을 성과주의에 물든 사회에서 찾는다. 정부와 사회조직, 그리고 구성원 스스로조차 일중독을 장려하기 때문이란다. 책은 이를 ‘향락 노동’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쉽게 말하자면 노동은 결코 쾌락이 될 수 없다. 그런데 현대 인류는 노동이 자아실현을 이룰 행복의 수단이란 집단최면에 걸려 일에 몰두한다. 이런 자가당착이 인간을 우울하게 만드는 쳇바퀴가 되는 셈이다.

살짝 현학적이나 상당히 수긍이 간다. 주위를 둘러보자. 일 잘한단 소리 듣는 사람들, 근사하긴 한데 욕망을 마음껏 발산하고 사는 것 같진 않다. 스스로 선택했지만 자기 시간을 희생하고 억제하는 데 익숙하다. 저자는 이를 ‘강박적인 사랑’과 비슷하다고 봤다. 계속해서 뭔가를 갈구하고 인정받길 원하며. 육체적 정신적 혹사를 오르가슴 비슷한 훈장으로 받아들인다. 뭐, 아닌 사람도 있다. 말만 번지르르하거나 남한테 책임 전가하는 이가 왜 없겠나. 하지만 그들조차 ‘능력자’로 대접받으려 하지 밀려나길 바라진 않는다.

결국 책이 제시하는 처방전은 이렇다. 내려놓아라. 적극적인 과로가 존경받는 사회적 편견부터 바꾸자. 권태와 게으름에 몸을 맡길 줄도 알아야 한다. 이건 성과사회를 위해서도 올바른 방향이다. 책상머리에 앉아 서류만 들고 판다고 매번 아이디어가 샘솟던가. 때론 편안한 수다가, 가끔은 멍한 사색이, 이따금 목적 없는 휴식이 더 매력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노동이 우울하지 않으려면 한계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수영이 하고 싶은가. 그럼 일단 가만히 몸에 힘을 빼야 물에 뜨는 법을 배운다.

요즘은 대체휴일제가 꽤나 논란인가 보다. 잘못 도입하면 최대 32조 원까지 손실이 생긴다니 심사숙고하잔 의견에 동의한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비용절감에 밤잠 설치는 중소기업들은 더욱 걱정스럽겠다.

그런데 하나만 여쭤보자. 경영자님들, 이 고통분담 함께하는 거 맞죠. 직원들은 별 보며 일하는데, 분식회계나 저질러 뒤로 사욕만 채우는 수장들은 이 땅엔 없으니까. 휴일 늘리지 않아도 수당 덜 받아도, 분명 너도나도 신나서 출근하는 직장 만들려 애쓰고 계실 게 분명하다. 아, 우리의 노동은 우울할 틈이 없다. 대체휴일제도 내려놓자. 평일에 슬쩍슬쩍 놀면 되잖나.

정양환 문화부 기자 ray@donga.com
#노동#대체휴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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