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안영식]타이거 우즈와 바운스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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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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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식 스포츠부 부장
안영식 스포츠부 부장
애플이 삼성전자 등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특허소송 중 하나가 바운스 백(Bounce Back)이다. 이는 손가락으로 터치 화면을 위로 올렸을 때 마지막에 이르면 화면이 살짝 튕겨 올라가, 끝 부분임을 알려주는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미국 특허청은 이에 대해 ‘특허 무효 예비판정’을 내려 법원의 최종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바운스 백은 비슷한 뉘앙스는 담겨 있지만 분야 또는 종목에 따라 다양한 뜻으로 쓰인다. 스포츠 외신기사에는 부진했던 팀이나 선수가 뚜렷한 회복세나 향상된 성적을 나타냈을 때 이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골프에서는 ‘보기 이하의 저조한 스코어를 낸 직후 곧바로 버디 이상의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바운스 백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정신력이 강하다는 징표다.

골프에는 스크램블링(Scrambling)이라는 기록도 있다. 이는 그린을 놓친 홀(2퍼팅 파 세이브 기준)에서 파 이상의 좋은 스코어를 내는 확률로 위기관리 능력의 척도다.

그런 의미에서 이틀 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의 세계랭킹 1위 탈환은 최고 경지의 바운스 백, 스크램블링이 아닐까. 2009년 성 추문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우즈는 끝 모를 추락을 시작했다. 이혼한 2010년에는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단 1승도 거두지 못했고 2011년에는 세계랭킹이 58위까지 떨어졌다.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스폰서들은 후원 및 광고계약을 해지해 우즈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그랬던 우즈가 지난해 19개 대회에 출전해 3승을 거두며 ‘아직 죽지 않았음’을 알렸다. 그리고 미녀 스키스타 린지 폰(미국)과의 열애 사실을 공개한 올 시즌에는 5개 대회에 출전해 벌써 3승을 거뒀다.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했던 우즈가 ‘임플란트 송곳니’로 재무장한 듯하다.

우즈를 보면 ‘골프는 역시 멘털 스포츠’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3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재기에 성공했다는 것은 ‘천부적 재능을 타고났다’는 설명만으론 부족하다. 폰과의 교제로 정신적 안정을 되찾은 우즈의 절치부심(切齒腐心)은 놀라울 따름이다.

스포츠에서 고수와 하수는 결국 ‘기본에 얼마나 충실한가’에서 판가름 난다. 최근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피겨 여왕’ 김연아의 안무 코치 데이비드 윌슨은 “김연아는 세계 최고의 선수인데도 마치 스케이팅을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매일 기본 기술을 연습한다. 반면에 대부분의 선수는 화려한 기술을 따라하는 데 급급하다. 그래서 그들은 더이상의 발전을 못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우승)을 이룬 전설적인 프로골퍼 게리 플레이어(남아공)는 어드레스 때마다 자신의 골프장갑에 써놓은 ‘3S’를 되새겼다고 한다. 3S는 Soft(그립은 부드럽게), Slow(백스윙은 천천히), Smooth(다운스윙은 매끄럽게)다.

새로 출범한 정부엔 ‘제대로 검증된’ 인재(人材)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기본 과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공식 출범 이전부터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로 삐끗하더니 이후 주요 장관 후보자, 현직 법무부 차관 등이 줄줄이 사퇴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인재(人災)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부흥과 문화융성으로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돼야만 국민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추론은 지나친 단순화일까. 아무쪼록 박 대통령이 ‘헌정 초유의 낙마 도미노’ 난국을 슬기롭게 스크램블링해 멋지게 바운스 백 하길 기대한다. 이는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에게 찬성표를 던진 52%는 물론이고 반대표를 던진 48% 가운데서도 대다수가 바라는 일이다.

안영식 스포츠부 부장 ysahn@donga.com
#스마트폰#바운스 백#골프#타이거 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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